정신과 문 두드리는 어린이들, 이들 아픔에 사회가 답해야
정신과 병원을 찾은 어린이 수가 4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우울증 등 정신건강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7~12세 남자 어린이 환자는 2024년 7만6159명으로 2020년(3만3800명)의 2.3배로 늘었고, 여자 어린이 환자는 2만9165명으로 2020년(1만2260명)의 2.4배로 증가했다.
한 명 한 명 그 자체로 소중하고,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이들이다. 자녀 정신건강에 대한 부모의 민감도가 올라 진단율이 높아진 영향도 있겠지만, 저출생으로 전체 어린이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들이 많이 진단받은 질환은 우울·불안·기분장애 등이라고 한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밤늦게까지 학원가를 전전하고, ‘7세 고시반’ ‘초등 의대반’ 등으로 주말에도 과제와 시험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어린이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사교육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 3구 9세 이하 어린이의 우울·불안 관련 건강보험 청구 건수가 2024년 3309건으로 2020년(1037건)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과도한 학습은 어린이들의 육체건강도 좀먹고 있다. 어린이 5명 중 1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다. 공부에 치여 밖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데다 짧은 휴식시간마저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며 보내는 탓이다.
아동 비만은 지방간·고지혈증 등을 유발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지하듯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국제 어린이 삶의 질 조사에서 한국은 35개국 중 31위였고, 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조사 결과에서도 22개 대상 국가 중 22위를 기록했다.
치열한 교육 경쟁이 국가 경쟁력을 높인 면도 있지만, 어느 순간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공동체 미래까지 허물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신체 활동과 건전한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구들과 긍정적·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아프고 불행한 사회는 장래가 밝을 수 없다. 지금 기성세대가 시급히 할 일은 어린이들에게 약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어린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건강해야 어른도 건강하고 사회에 희망이 있다.

‘2025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행진’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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