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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 신앙의 나그네 길

<얼굴>

<얼굴>

온화하지는 않더라도

험상궂어도 좋으니

그저 숫된 얼굴이 그립다.

저런 천성(天性)의 얼굴을 보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요즘 만나고 스치는 얼굴마다

이건 영악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유둘유들하고, 반들반들하고

새침하고, 매정하고, 얄궂다.

얼굴은

사람 마음의 거울이라는데

너나없이 저렇듯

얼굴이 뒤틀린 것은

마음이 세상살이와

그 이해(利害)에만 쏠려서

탐욕으로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얼굴들을

바로잡으려면

모두가 그야말로

마음을 훌훌 비워서

때마다 하늘과 구름도

멀거니 쳐다보고

산과 들, 강과 바다도

멍청히 바라보고

삶과 죽음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더불어 사는

남의 구실도 헤아려 보며

삶의 참된

보람과 기쁨을 찾아서

몸부림치며 뉘우치고

울기도 하고

허망에도 빠지고,

영원도 그려보아야

본연(本然)의 얼굴을

지니게 될 것이다.

- 구상<오늘 속의 영원, 영원 속의 오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