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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는 양심의 해 >
새해 우리가 신비의 샘인 나날과
목숨의 시간들을 흐리고 더럽혀서
폐수로 흘러 보내지 않으려면
우리가 사람으로서의 유일한 징표인
저마다의 마음속 밑동에서 울려오는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살아야 한다.
아무리 오리무중(五里霧中)과 같은 시대 속에서도
아무리 칠흑과 같은 어둠 속에서도
인간의 양심은 꺼지지 않는 등불이요
아무리 실패와 좌절의 수렁 속에서도
아무리 파탄과 절망의 구렁 속에서도
인간의 양심은 구원의 동아줄이요
아무리 풍랑과 격동의 와중(渦中)에서도
아무리 미혹과 방황의 표류 속에서도
인간의 양심은 마지막 보루이다.
우리는 저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여
어제의 잘못과 불의를 뉘우치고
마음의 갈피를 바로잡아야 하며
우리는 저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여
도리를 섬겨서 거짓을 물리치고
혼란을 핑계 말고 의무를 지켜야 하며
우리는 저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여
스스로의 무력과 위력(偉力)을 깨우쳐서
백열(白熱)하는 성실로 땀 흘려 일해야 하며
또한 우리는 저 양심의 빛으로
나날의 시련과 고난을 값지게 알고
기쁨과 슬픔을 생활의 율조(律調)로 삼고
남의 불행을 함께 울며 아파하고
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줄 알고
역사의 정의로운 전진을 굳게 믿고
인류의 내일에 티 없는 희망을 갖는다.
우리가 저렇듯 저마다의 양심이
발동하는 새해를 이루기에는
먼저 자신의 성악(性惡)과의 싸움에서
자기의 양심이 이겨야 하고
우리가 저렇듯 저마다의 양심이
지배하는 세상을 이루기에는
그 어떤 엄청난 악의 세력에게도
자기의 양심을 팔지 말아야 하며
저러한 안팎 양심의 승리로서만이
새해를 새해로 맞아 살 수가 있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볼 수가 있다.
이제 나의 양심과 너의 양심과
모든 이의 양심이 함께 꽃피어
떳떳하게 서슴없이 맞는 새해!
권세가는 그 양심의 소리에 따라
불법과 횡포에 나아가지 않고
기업가는 그 양심의 소리에 따라
사리사욕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성인은 그 양심의 소리에 따라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르지 않고
종교가는 그 양심의 소리에 따라
영원히 사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기술자는 그 양심의 소리에 따라
가짜와 불량품을 만들어 내지 않아서
이제 나의 양심과 너의 양심과
모든 이의 양심이 함께 꽃피어
새해 우리가 새로 이룩할 세상은
모든 식탁에서 유해식품이 사라지고
하늘과 강에서 매연과 오염이 스러지고
거리에서 사람이 차에 치여 죽지 않고
대낮에 노상강도나 날치기를 당하지 않고
학원에서 데모가 자취를 감추고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가 치러지고
부당한 납세나 불법적 탈세를 하지 않고
병자들은 인술로서 병을 고치게 되고
법의 공정한 보호를 받아 억울한 일이 없고
지아비와 아내의 정조와 구실이 지켜지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격이 메워져서
공산당도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꿀벌 같은 질서와 단합의 사회다.
새해 새 아침의 햇발이
축복처럼 쏟아지는 이 시간
새해에는 양심의 해가 될 것을
하늘에 빌며 다짐한다.
- 시인 具 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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