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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한국교회

지금을 살아봅시다

[주간 시선] 지금을 살아봅시다 / 김경훈 신부

◎ 본지는 2023년 신년호부터 새 칼럼 ‘주간 시선’을 선보입니다. ‘주간 시선’에서는 가톨릭신문 편집주간 김경훈(프란치스코) 신부와 기획주간 이대로(레오) 신부가 격주로 각각 월 1회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가톨릭신문 주간 신부들이 사제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을 짚어주는 ‘주간 시선’에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

첫날입니다. 새해 첫날입니다.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는 새해 첫날,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되는 날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에 알맞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시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둘로 나누어봅니다. 너무 “자주” 시작하는 이들과, 시작이 “힘든”이들.

너무 자주 시작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러합니다. ‘정리하다 지쳐 피곤해한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또 산다’, ‘불가능해 보이는 계획을 마구 적는다’, ‘한 가지 일을 마치기도 전에 자꾸 다른 일에 눈이 간다’, ‘자신의 진짜 모습은 어제 오늘이 아닌 내일이라 믿는다’, ‘매일 밤 오늘 하지 못한 일을 반성하고 내일 할 일을 적는다’, ‘그 사실을 동네방네 말한다’, 그런데다 이런 일을 3일마다 되풀이한답니다.

시작이 힘든 이들의 모습은, ‘책상부터 치우고 공부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다’, ‘볼펜 하나가 없어지면 그것을 핑계로 책을 덮고 싶어진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유난히 컨디션이 나빠진다’, ‘과거의 것을 완벽한 것으로 생각한다’, ‘익숙한 것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늘어난다’, ‘새로운 시작 이후 자신의 실수를 관찰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언젠가 봤던 TV 미니 다큐(EBS 지식채널e 555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두 모습을 왔다 갔다 하는 듯합니다. 시작으로 ‘반’을 얻으려는 욕심과,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려는 강박으로 너무 ‘자주’ 시작을 다짐만 하거나, 시작하기도 전에 힘을 뺍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그러나 꼭 그래야 할까. 처음이 시작되는 곳은, 우리가 서 있는 모든 지점, 바로 지금 이 자리라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 안에서 지나간 어제를 기억하고 다가올 내일을 희망하는 기도와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미 다가온 이 순간에 온전히 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성령의 지혜와 위로를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 말입니다. 조금은 더 내려놓고 조금은 더 손에 들어간 힘을 풀고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새해 첫날, 마리아, 천주의 성모님께서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십니다.

그에 힘입어 여러분 모두,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믿음 희망 사랑을 품고 새로운 시작을 제대로 살아내는, 그래서 행복한 새해 누리기를 바라며 기도드립니다. 간절히!

김경훈 프란치스코 신부(가톨릭신문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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