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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한국교회

2022 세계교회 결산

 

2022 세계교회 결산

전쟁 중단 꾸준히 호소… 교회 쇄신 위한 시노드는 ‘순항 중’

7월 캐나다 사목방문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과 원주민 지도자의 만남.
CNS 자료사진

가까스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22년, 세계는 격동의 시간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면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빈번해진 기후재난으로 가난한 나라와 민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대대적인 자기 쇄신의 여정으로서 전 세계 교회는 시노드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에 무릎 통증으로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세계를 순방하며 평화를 호소했다. 올 한 해 세계교회를 돌아본다.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은 지난 10월 27일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문서를 발표했다. 이 문서는 2021년 10월 시노드 개막 후 2022년 8월까지 각 지역교회에서 펼쳐진 경청 모임의 성과를 종합한 것이다.

“시노드는 계속된다. … 온 세상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 시노드 활동에 참여하였다. 시노달리타스는 그들에게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체험의 모습을 띄게 됐고 … 우리는 시노달리타스가 교회됨의 한 방식, 아니 바로 그 방식임을 발견하였다.”

하느님 백성의 참여는 기대 이상이었다. 전 세계 114개 주교회의 중 112개, 전체 15개 동방 가톨릭교회, 교황청 23개 부 중 17개, 남녀 수도회 장상연합회, 그리고 수많은 개인과 그룹들의 의견서들이 수합되고 식별됐다. 이는 2023년 1~3월 각 대륙별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의 두 번째 단계인 대륙별 단계 회의를 위한 기초 문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3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주제를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5월에는 교황과 대의원 주교들이 참여하는 본회의에 앞서 교구와 대륙별 단계를 거치는 2년의 여정으로 시노드 기간을 확대했다. 나아가 지난 10월 16일, 2023년 10월 한 회기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2023년 10월과 2024년 10월 두 차례의 회기로 나눠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대륙별 단계 문서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 관계자들.
CNS 자료사진

화를 위한 호소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전면적으로 침공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의 12월 5일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총 6702명, 부상자는 1만479명이다. 피란민은 1407만 명을 넘어서고 국내 실향민의 수는 624만 명 이상이다. 난민은 783만 명 이상이며, 그 중 어린이와 여성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교회는 전쟁의 야만성을 비난하고 평화를 호소하는 한편 폭력에 희생되는 이들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를 호소했다. 전쟁 발발 다음날인 2월 25일 교황청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찾았고, 27일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폭력의 종식을 위해 더 간절하게 기도할 것”을 호소했다. 재의 수요일인 3월 2일에는 기도와 단식을 요청했고 3월 25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성모님께 봉헌했다. 이후 지금까지 교황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즉각 전쟁을 멈추고 대화에 나설 것을 끊임없이 호소했다.

평화를 위한 호소 외에도 전쟁 당사국 간의 중재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3월에는 2명의 추기경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했고, 5월에는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갤러거 대주교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교황은 11월 18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고 종식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평화를 위한 해외 사목방문

고령에 극심한 무릎 통증으로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하는 교황은 올해에도 전 세계를 찾아 평화를 호소했다.

4월 2~3일 지중해 한가운데 이주민과 난민들이 잠시 머물곤 하는 몰타를 방문한 교황은 신냉전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7월 24~30일 캐나다 사목방문에서는 에드먼턴, 매스쿼치스, 퀘벡, 이칼루이트 등 4개 도시에서 캐나다 원주민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원주민 기숙학교 어린이 학대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했다.

교황은 이어 9월 13~15일 카자흐스탄을 찾아 ‘세계전통종교지도자대회’에 참석한 100여 명의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에게 세계 평화를 위해서 종교인들이 헌신할 것을 호소했다. 11월 3~6일 올해 마지막 해외 사목방문지인 바레인에서도 교황은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특별히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인류의 일치와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헌신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교황은 내년 1월 31일부터 2월 3일에는 남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을 사목방문할 예정이다.

10월에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설립 50주년 기념 총회 개막미사.
FABC 제공

복음화를 위한 교황청 기구 개편

교황청 기구 개편을 포함한, 교회 구조 쇄신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과감한 시도는 올해도 지속됐다. 교황은 3월 19일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반포했다. 새 교황령은 6월 5일부터 발효됐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즉시 교황청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지난 9년 동안 진행됐던 교황청 개혁 작업의 결과물이다.

새 교황령은 복음화를 강조, 교황청의 모든 기구가 이를 지향하고 있다. 성(congregation)과 평의회(pontifical council) 등 모든 기구가 ‘부’(dicastery)로 통일됐다. 특히 인류복음화성과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복음화부로 통합됐는데, 복음화부는 국무원 이외에 16개 부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려 이번 교황청 개혁의 중심점임을 시사했다. 한편 새 교황령은 “교회 안의 그 누구라도 새로 구성되는 부서를 이끌 수 있다”고 명시해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해 온 교황의 뜻을 담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29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을 비롯한 21명을 추기경에 임명했다. 교황 선출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은 16명이다. 새 추기경 중 8명은 유럽 출신이고 2명은 아프리카, 1명은 북미, 4명은 중남미 출신이다. 아시아에서는 유흥식 추기경와 몽골 울란바토르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등 6명이 임명됐다. 서임식은 8월 27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됐다.

교황청이 중국과 맺은 주교 임명 관련 잠정 협정은 10월 2년 추가 연장됐다. 이는 중국이 3명의 주교 후보를 추천하면 이를 교황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중국 주교를 임명하도록 한 것이다. 교황청은 2018년 이 같은 내용의 협정을 중국 정부와 맺었고 2020년에 한 차례 연장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이 협정에도 불구하고 11월 교황청 승인 없이 새 주교를 임명함에 따라 교황청은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는 설립 50주년 기념 총회를 10월 12~30일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안 사목센터에서 개최했다. 총회에는 아시아 29개국 주교 150여 명, 교황청 등에서 온 초청 인사 50여 명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해 아시아 각국 교회 현안과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FABC는 1970년 창설, 2020년 50주년을 맞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올해 50주년 기념총회를 열었다.

8월 30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새 추기경들이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