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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 받는 길

2022년 안녕하십니까?

 

2022년 안녕하십니까?

 

매년 이맘때쯤이면 수북한 성탄 카드에 꾹꾹 눌러쓰는 손글씨로 인사를 전하는 것이 한 해의 마지막 행사였습니다. 언젠가부터는 이메일로, 또 언젠가부터는 더 쉽고 빠른 메시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편한 안부 인사에 더 익숙해졌습니다. 혹여 제 마음도 그렇게 빠르고 가벼워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11월부터 새로 시작한 일을 자리 잡는다는 핑계로 올 연말에는 많은 분에게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성탄이 지나가 버렸네요. “스노우볼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눈이 펑펑 오던 그날, 창밖을 한참 쳐다보던 친구가 제게 던진 한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얼마 만에 보는 함박눈이었는지요.

 

눈이 많이 온다던 그날, 전날 저녁 자기 전부터 ‘눈 쓸어야겠다, 길 미끄러우면 어쩌지, 지붕 체크해야지, 제설제를 뿌려야 하나?’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일만 생각하고 출근했습니다. 쓸어 봤자 또 쌓일 눈을 치운 후, 서류에 코를 박고 열심히 연말 결산을 준비하던 제게 함께 일하는 친구의 한마디는 강렬했습니다.

 

“스노우볼? 새로운 표현이네. 요즘 세대 감성인가?”

창밖에 눈을 돌려 봅니다. 그 말을 들어서인지 왠지 내가 스노우볼 안에 있는 눈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이 내려와 제가 있는 곳을 포근하게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하늘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무한정 쏟아져 저를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게 뭘 그렇게 해 보겠다고 일 생각만 했을까요? 정작 바로 내 앞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겨를이 없었을까요?

스노우볼. (이미지 출처 = Pixabay)

올 한 해, 각자에게도, 주변에도, 나라에도, 세계적으로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것에 마음을 쓰며 살 수는 없습니다. 또한,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할 수도 없죠. 하지만, 내 앞에 닥친 일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고개를 든다면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2022년 안녕하십니까?

유독 이상기후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는 것을 더 가까이 느끼게 된 한 해였습니다. 폭우와 한파로 많은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전쟁이 지속되며 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주변 국가들뿐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끊임없는 내전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 이야기를 하자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저 제가 맡은 소임이 그래서인지 청년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갑니다.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를 당한 많은 젊은이를 기억합니다. 일터에서, 친구들과 기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장소에서.... 이 모든 일에 손글씨 꾹꾹 눌러 안부를 전할 수 없지만, 대신 마음을 담아 기도로 함께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셨던 그 어두운 밤의 외딴곳을 기억해 봅니다. 어두움을 뚫고 가장 약한 아기로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 우리의 작은 목소리를 잃지 않고 계속 소리 내어야 함을 다시 의식합니다.

2022년 동안 예수님이 찾아가셨을 곳은 어디였을까, 지금 어디에 누구와 함께 계실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2022년 안녕하십니까?

미처 인사를 다 전하지 못했던 곳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2023년에도 서로의 안녕함을 챙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를 잘 확보해 봅시다.

 

나의 삶에 매몰되어 아기 예수님이 어디에 계신지 찾지 못하고 알아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2023년에는 더 깨어 있습시다!

 

2022년.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이지현 성심수녀회 수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