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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나의 영적 성장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은 무엇입니까?

                                     2022/10/22/연중 제29주간 토요일

⠀                                          루카 복음 13장 1-9절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거리두기와 거름

과실나무는 열매를 맺을 때 그 존재 의미를 완성합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과실나무는 사실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존재는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되도록 잘라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땅의 영양분을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도록 빨리 뿌리 뽑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야 충실하게 열매를 맺는 다른 나무에 피해가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한 나무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사랑과 자비가 아닙니다. 그리고 만약 그 나무를 살리고 싶다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나무에 대한 사랑의 표현일 것입니다.

신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적으로 열매 맺기 위해서는 오늘 복음의 표현대로 둘레를 파서 다른 나무와 ‘거리를 두고’ 냄새나는 ‘거름’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당장 힘들 수도 있는 그 ‘거리두기’와 ‘거름’이 열매를 맺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새로 식물들을 땅에 심었을 때 곧바로 자라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것을 ‘땅앓이’라고 합니다. 식물들은 그 아픔을 통해 성장하고 또 성숙하게 되지요. 우리 역시 신앙의 땅앓이를 통해 믿음이 굳은 나무로 자라날 수 있도록 거리두기와 거름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겠습니다.

유상우 광헌아우구스티노 신부(부산교구)

생활성서 2022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