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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에페4.32-5.8.루카13.10-17)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오늘도 우리의 고통 속에서

선을 이끌어 내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가끔 허리에서 뚝! 소리가 날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도 슬슬 생각해야 하는데, 급한 성격에 혼자 무거운 것을 들다가 뚝! 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아차! 조심했어야 했는데, 후회하지만 늦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단 할 걸음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허리를 굽힌 채로 겨우겨우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침실로 들어가는데, 겨우 50미터 남짓한 거리를 이동하는데, 무려 15분이나 걸리더군요. 이제는 하도 당해봐서, 뭔가를 들 때면 허리를 똑바로 펴고 들던지, 미안하지만 형제들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여러 차례 그런 일을 겪다 보니 허리야말로 신체의 근본이며, 삶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허리가 시원찮으면 만사가 다 귀찮아집니다. 그저 가장 통증이 덜 느껴지는 자세로 며칠이고 끙끙 앓다 보면, 삶의 정말이지 피폐해지더군요.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여인은 장장 18년 세월 동안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 없는 심각한 허리 질환에 시달려왔습니다. 허리가 굽은 채로 살다 보니, 그의 시선은 언제나 땅을 향해 있었습니다. 하늘 한번 올려다보려면 용을 썼어야 했습니다.

언제나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했습니다. 한두 해도 아니고 18년 세월 동안 말입니다. 병이 오래 가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떠나갔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그녀를 죽은 사람 취급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며 수군거렸습니다.

이렇게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녀를 바라보신 것입니다. 친히 당신 손을 그녀의 허리에 얹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루카 복음 13장 12절)

여인은 이제 누구를 중심으로 삼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끔찍한 병고의 세월을 거두어가시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주신 예수님만이 인생의 마지막 보루요 희망이란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똑바로 서기를 바라십니다.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기를 원하십니다. 다른 어떤 것, 그 누구도 아닌 예수님만이 우리 삶의 중심이요 기초임을 기억하라고 요구하고 계십니다.

18년 세월 동안 병마에 시달려온 여인이 말끔히 치유 받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우리의 하느님은 아무리 오래되고 깊은 상처라 할지라도 깔끔하게 치유시켜주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아무리 망가지고 허물어진 우리라 할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원상 복귀, 혹은 완벽한 ‘리모델링’을 해주시리라 확신합니다.

오늘도 우리의 고통 속에서 선을 이끌어 내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때로 우리가 겪게 되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의 순간에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아파하시면서 치유의 길에 동반해주심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