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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내게 내일이 있으니 나는 오늘 위대합니다! >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에페5.21-33.루카13.18-21)

 

                         < 내게 내일이 있으니 나는 오늘 위대합니다! >

올봄 야외 식당 바로 옆에 화분들을 이용해서 청양고추며 상추 등 야채 몇 가지를 심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데 얼마나 유용했는지 모릅니다.

씨앗을 뿌릴 때마다 참으로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생명의 신비, 작은 것 안에 깃든 무한한 가능성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지요.

씨앗들의 크기도 천차만별입니다. 시금치나 근대, 옥수수 씨앗은 큼지막합니다. 그러나 열무, 쑥갓, 상추 씨앗은 정말 작습니다. 입으로 훅 불면 날아가 버립니다. 다룰 때도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이런 씨앗은 흙을 덮어줄 때도 너무 많이 덮으면 발아가 더디기에, 빗자루로 조심조심 쓸어가며 흙을 살짝 덮어줍니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 한 달이 지나가면 참으로 놀라운 기적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황량했던 텃밭이 온통 푸른빛으로 변해갑니다. 밭 전체가 풍성한 식탁으로 변화됩니다. 아무리 솎아 먹어도 또 나오고 또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하느님이 부여하시는 생명의 신비를 눈앞에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지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만날 때 너무나 왜소해 보이고, 덜 떨어져 보여 안타깝습니다. 저게 도대체 인간 구실이나 하려나, 의문이 가기도 합니다. 더딘 성장과 성숙에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철이 들려나, 언제쯤 인간이 되려나, 걱정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나 웬걸, 2-3년만 지나면 그런 걱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몇 년 전 철부지 모습은 어느새 없어지고 의젓한 청년이 되어있습니다. 생각하는 것, 마음 쓰는 것, 행동하는 것도 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기분 나쁘게’ 나보다 더 키가 커졌습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다 든든해집니다.

한 생명체 안에, 한 인간 안에 깃든 무한한 가능성과 하느님께서 뿌려놓은 작은 씨앗의 성장 앞에 감탄할 뿐입니다.

인간이란 존재,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고, 때로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위대한 존재입니다. 위대한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성장 가능성’ ‘변화 가능성’ ‘회개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란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내 삶이 비록 초라해 보이고, 때로 비루해 보일지라도, 내게 내일이 있으니 나는 오늘 위대합니다. 오늘 내 인생이 비록 실패로 얼룩져 있을지라도 새 출발의 가능성, 변화의 가능성을 지니는 한 오늘 나는 위대합니다.

오늘 비록 내가 부족하지만 내 안에 뿌려진 하느님의 씨앗으로 인해 오늘 나는 위대합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