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둘째 미사)
(지혜3.1-9.로마5.17-21.마태11.25-30)
< 위령의 날 >
‘백곰 효과’라고 있습니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심리학 현상은 하버드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가 진행한 실험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는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는 백곰을 생각하라고 하고, 두 번째 그룹에는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다음 백곰이 떠오를 때마다 종을 치라고 했습니다. 어느 그룹에서 종을 더 많이 쳤을까요?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했던 두 번째 그룹이었습니다. 이처럼 불편한 느낌이나 생각은 더 많이 간직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뇌는 느낌이나 생각을 잘 지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늘 불안해하고 걱정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입니다.
이런 모습에서 벗어날 방법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불편한 느낌이나 생각의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되는 분이 “이런 생각하지 말아야 해.”라면서 계속해서 부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 어렵고 힘든 상황을 피하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그 강도가 약해지며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죽음도 그렇습니다. 죽음도 ‘생각하지 말아야 해.’라면 곧바로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 죽음을 오히려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로 죽은 모든 이, 그들 가운데 특히 연옥 영혼들이 하루빨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이렇게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신 분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죽음’을 떠올리고 또 두려워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죽음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생각입니다.
주님께서는 편안한 안식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특히 십자가 죽음을 직접 몸으로 받아들이셨지요. 그러나 부활을 통해 죽음을 이긴 유일한 분이 되셨습니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분이라는 것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 힘센 분이 하늘 나라의 주인으로 계십니다.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습니까?
사랑 자체이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커다란 힘을 주시는 말씀을 이렇게 해주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이 말씀을 기억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님과 함께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큰 힘과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당신이 존재한다는 경이로움 앞에 묵상하고,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라(테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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