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福音 묵상

< 우리를 매일 천상 잔치에 초대하시는 하느님! >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필리피2.1-4.루카14.12-14)

                                            < 우리를 매일 천상 잔치에 초대하시는 하느님! >

또다시 미처 피어나지도 못한 꽃 같은 청춘들이 우수수 낙화(落花)했습니다. 간다 온다, 작별의 말 한마디 할 겨를없이 저리도 참혹하게 세상을 떠났으니,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찌 살라는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를 잃고 애통해하고 계시는 희생자 부모님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니, 하루 온 종일 찹찹한 마음이었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희생자들을 당신 품에 따뜻이 안아주시고, 슬퍼 울부짖고 있는 희생자 부모님들과 가족들을 친히 위로해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지니신 여러 이미지 가운데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이미지 하나는 잔치의 주인공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잔치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참된 잔치는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와서 마음껏 먹고 마시는 무상의 잔치,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넉넉한 잔치입니다.

돌아보니 하느님께서는 수시로 저를 당신 잔치에 초대해주셨더군요. 다른 무엇에 앞서 아무것도 아닌 나, 티끌이었던 나, 그야말로 무(無)였던 나였는데, 과분하고 이런 나에게 숨결과 영혼을 불어넣으셔서 생명에로 불러주셨습니다. 이 아름답고 황홀한 세상, 그 세상에 차려진 축복된 잔치를 마음껏 만끽하고 즐기라고 이 세상에 불러주신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매일의 삶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차려주신 잔칫상입니다. 잔치를 준비한 주인 입장에서 볼 때 손님들이 어떻게 처신하면 가장 기분이 좋겠습니까?

우울한 얼굴로, 무덤덤한 얼굴로, 마지못해 잔뜩 인상을 구기면서 잔칫상 앞에 앉아있으면 주인 마음이 얼마나 상하겠습니까? 최대한 밝고 환한 얼굴로,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잔치를 즐겨주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입니다.

제대로 된 잔칫상 위에는 무엇이 올라옵니까? 그야말로 산해진미가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산해진미는 무엇입니까? 그 산해진미는 우리 인생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인연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이 세상 살아가면서 맺는 다양한 인연들, 특히 가까이서 살아가기에 때로 의기투합하다가도 때로 티격태격하기도 밥 먹듯이 하는 가족들, 동료들, 친구들, 공동체 구성원들이 바로 잔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맺고 있는 여러 인연들과 더불어 함께 축복의 꽃밭인 이 세상을 만끽하는 것,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협력하여 잔칫집이 이 세상을 더 흥겹게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잔칫집에 또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술입니다. 음료입니다. 기분 좋게 한 잔 해야 축제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 그 음료는 다름 아닌 이 세상이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마음껏 감상하고 찬탄하라고 지어주신 이 아름다운 자연, 특히 요즘 같은 시기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광경들, 그윽이 바라보면서 그 자태를 한껏 만끽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잔치에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후식입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 디저트는 가끔 불어오는 역풍이 아닐까요? 원치 않은 고통과 십자가일 것입니다.

늘 좋은 날만 계속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가끔 인생의 바다 밑바닥까지 뒤집는 폭풍이 다가옵니다. 물론 그로 인한 고통과 상처가 크겠지만 그로 인해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또다시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를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표현으로 주신 이 하루를 허무하게, 우울하게, 불행한 얼굴로 보낼 것이 아니라 축제의 손님으로 온 이상 때로 왕비처럼 우아하게, 때로 최대한 행복하게 잔치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