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간 금요일
(이사야56.1-3ㄴ.6-8.요한5.33-36)
<요한은 타오르며 빛을 내는 등불이다>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뵐 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한적한 어촌에 사는 제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필수품이 성능 좋은 손전등, 랜턴입니다.
해가 떨어지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기에 필요하기도 하지만, 해루질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충전식 랜턴이 대세입니다.
지난여름 게가 한창 잡히던 계절, 나름 강력한 랜턴을 들고 물이 완전히 빠져나간 밤바다로 나갔습니다. 여기저기 불빛들이 보이다 보면 마음이 급해져 거의 뛰다시피 해안가로 달려갑니다.
최근 장만한 나름 강력한 랜턴으로 여기저기 바닥을 훑고 있었는데, 저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들고 있는 랜턴의 광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최신 상품이었습니다. 엄청난 밝기의 최첨단 led 랜턴이었는데, 얼마나 불빛이 강하던지 마치 군용 서치라이트 같았습니다. 그가 랜턴으로 바닥을 비추자 물속이 대낮처럼 밝아졌습니다.
그가 끌고 다니던 수확물 통 안은 이미 큼지막한 게들로 가득했습니다. 장비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 괜찮은 랜턴이라고 어깨가 으쓱했던 저였는데, 그의 랜턴 앞에 즉시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의 랜턴이 발산하는 강렬한 빛 앞에 제 랜턴의 불빛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습니다.
오랜 압제와 고통의 세월을 감내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강력한 카리스마와 포스 탁월한 언변을 지닌 예언자가 등장했으니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존재 자체로 세상 앞에 드러낸 빛은 강렬했습니다. 깊은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발산하는 빛으로 인해 다들 서둘러 깨어났습니다.
그러나 사실 세례자 요한은 빛이 아니었습니다. 빛을 증언하러 온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큰 빛이 나타남을 알리는 서광에 불과했습니다. 빛의 도구요 증언자 세례자 요한에 이어 마침내 참 빛이 등장하셨는데, 이번 성탄에 탄생하실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동방박사들은 탄생하실 구세주의 별빛을 쫓아가기 위해 늘 밤길을 걸었습니다. 별빛이 보이지 않는 낮시간에는 동굴이나 바위틈에 머물렀습니다. 어둠이 깔리면 또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 역시 구세주의 별빛을 잘 쫓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집중이 필요합니다. 멈춤과 나섬 사이의 강약조절도 필요합니다. 여러 빛 가운데 어느 것이 참 빛인지를 파악하고 그 별빛에 시선을 고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뿐만아니라 오늘 우리가 비록 어둠 속에 앉아있다 할지라도, 오늘 비록 내 삶이 멈춰있다 할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뵐 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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