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전 화요일
(요한1서2.29-3.6.요한1.29-34)
<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
오늘 복음이 전하는 내용의 정점은 세례자 요한의 증언입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이 증언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그 죽음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십니다. 유다교에서는 파스카 준비일에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성전에서 어린양을 잡았습니다.
요한 복음은 어린양을 잡는 이 시간에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를 받고
골고타를 향하여 가셨다고 말합니다(19,14 참조).
또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뒤에
‘그의 뼈가 부러지지 않을 것’
이라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19,36 참조).
이 말씀은 이집트에 내린 마지막 재앙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재앙을 피하고자 어린양이나
염소를 잡아 뼈를 부러뜨리지 않고 통째로 구워 먹어야 하였으며
그 피를 문설주에 발라 표시를 해야 하였습니다.
이를 보신 하느님께서는 이집트를 치실 때 그 집을 지나가십니다.
이 사건에서 파스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요한 복음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파스카의 어린양과 비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증언합니다.
더 나아가 그는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세상의 죄를 없애는 것이라고 요약합니다.
그러기에 요한의 증언은 예수님 사건의 가장 핵심인
십자가 죽음의 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집트 탈출 때 어린양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종살이에서
해방되었던 것처럼 이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세상은 죄에서 해방될 수 있고 구원될 수 있습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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