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대 바실리오와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요한1서2.22-28.요한1.19-28)
솔직함에 겸손의 덕까지 더한 세례자 요한!
세례자 요한이 등장으로 인해 유다 지도층 인사들은 바짝 긴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종래 예언자나 지도자들과는 다른 촌철살인의 설교와 함께, 구름 군중을 불러 모으며 유명세를 떨쳤던 것입니다.
자신들은 찬밥 신세인데, 다들 세례자 요한에게 몰려가고, 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심기가 엄청 불편했을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두고 유다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서 설왕설래도 많았을 것입니다.
“보아하니, 오시기로 된 메시아가 분명해!” “입고 다니는 옷을 봐. 초라하고 남루한 행색을 봐서 그럴 리가 없어.” “그런데 신선하고 거침없는 언변에, 강력한 카리스마에, 메시아가 맞을지 몰라.”
고민 끝에 그들은 사제들 레위인들을 세례자 요한에게 보내 그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미션을 줍니다. “당신은 누구요?” 질문에 세례자 요한의 대답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세례자 요한은 길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딱 잘라 본론만 말하는데, 그야말로 솔직담백함의 극치입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요한 복음 1장 19절)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복음 1장 23절)
뿐만 아닙니다. 세례자 요한은 솔직함에 겸손까지 더합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 복음 1장 26~27절)
구약시대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대 예언자요,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닦는 선구자로서 세례자 요한의 태도는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정체,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하늘을 찌르는 인기 앞에 조금도 우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유효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떠날 순간이 왔음을 인지하자, 단 한 순간도 지체 없이, 그 어떤 미련도 없이, 잘 마련된 무대를 주인공이신 예수님께 넘겨드린 다음, 신속히 구세사의 무대 뒤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겸손의 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뭐 그리 아쉬움이 많은지, 미적미적, “아직 떠날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어요. 좀 더 있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바람처럼, 구름처럼, 홀연히 떠나가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이 참으로 멋있어 보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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