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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삶(이웃사랑)

-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

-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함께 잡은 손으로

따스하게 번져오는

온기를 주고받으며

겉옷을 벗어

그대에게 가는

찬바람 막아주고

얼어붙은 내 볼을

그대의 볼로 감싸며

겨울을 이겨내는

그렇게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겨울 숲 같은

우리 삶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

이 세상 모든 길이

겨울 강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

그 밑을 흐르는 물소리 되어

내게 오곤 하던 그대여

세상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무엇을 하기에도

너무 늦은 나이라고 말할 때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조그맣게 속삭여 오는 그대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너무 큰 것은 아니고

그저 소박한

나날의 삶을 함께하며

땀 흘려 일하는

기쁨의 사이사이에

함께 있음을 확인하고

이것이 비록 고통일지라도

그래서 다시

보람임을 믿을 수 있는

맑은 웃음소리로 여러 밤의

눈물을 잊을 수 있게 하는

그대여 희망이여

그대와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