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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존귀하신 하느님의 손이 흉측한 인간의 피부에 직접 와닿았습니다!​

2023년 1월 12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

(히브리3.7-14.마르1.40-45)

​< 그는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되었다. >

존귀하신 하느님의 손이 흉측한 인간의 피부에 직접 와닿았습니다!

한 가련한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다가와 무릎을 꿇습니다. 나병 환자는 얼마나 절박했던지 율법을 어기면서까지 예수님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당시 주변에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지켜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여차하면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우고 고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유다 관습 안에는 유유상종의 문화가 철저히 준수되고 있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유다인들끼리, 사마리아인들은 사마리아인들끼리. 율법학자들은 율법학자들끼리, 세리들은 세리끼리, 나병 환자들은 나병 환자들끼리.

나병 환자들은 가장 하층민 격에 속했습니다. 하느님께 죄를 지은 결과 나병에 걸린 대죄인 취급 받았습니다. 불경스럽고 부정탄 인간, 상종하거나 접촉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로 여겨졌습니다. 더 나아가서 나병에 걸리면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병 판명을 받으면 가족과도 생이별을 해야만, 살고 있던 주거지를 떠나 성 밖으로 나가 살아야만 했습니다. 움막을 짓고 들짐승처럼 그렇게 살았습니다. 생사가 궁금했던 가족은 멀찌감치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던져놓고, 목이 터지도록 나병 환자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운이 좋으면 겨우 챙겨갈 수 있었습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인기척이 느껴지면, 나병환자들은 즉시 목청을 높여 ‘여기 부정 탄 사람 있으니 조심하십시오!’라고 외쳤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율법을 준수하려 하셨다면, 당신 가까이 다가오는 나병 환자를 향해, ‘당장 내 앞에서 물러가라!’라고 외치셔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행동을 보십시오. 나병 환자의 가련한 모습에 예수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프셨습니다. 자동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연민과 측은지심의 정이 솟구쳤습니다. 예수님 손이 자동으로 그의 썩어 문드러진 환부에 가 닿았습니다. 이윽고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코 복음 1장 41절)

 

이 얼마나 놀랍고 은혜로운 대사건인지요? 하느님께서 한 가련한 인간에게 다가오셨습니다. 몸을 굽혀 그의 고통과 상처를 바라보십니다. 존귀하신 하느님의 손이 흉측한 인간의 피부에 직접 와닿았습니다.

참으로 놀랍고도 파격적인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아마 하느님께서는 오늘 이 아침 우리에게도 똑같이 행동하실 것입니다.

죄로 욕망으로 잔뜩 더러워진 우리네 영혼임에도 불구하고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실 것입니다. 특유의 선하고 그윽한 눈길로 우리의 비참하고 가련한 처지를 바라보실 것입니다. 손을 뻗어 꼬이고 꼬인 실타래 같은 우리네 인생길을 당신 자비의 손길로 펴주실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