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에페3.14-21.루카12.49-53)
< 성체성사는 천국으로 가는 나의 고속도로입니다! >
교회 안에서 점점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등지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고민해봅니다.
방한 중인 벨기에 출신 윤루카 주교님 말씀에 따르면, 벨기에는 우리보다 훨씬 먼저 이런 현실을 겪었고, 현재진행형이랍니다.
주일 미사에 참석하는 교우들은 거의 대부분 70대 이상이랍니다. 참석자가 전무하므로 아예 평일 미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답니다. 80 전후의 사제가 대여섯 군데 성당을 홀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마치 머지 않은 우리 한국 교회의 미래를 보는 듯 해서 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성세대가 거처하는 대륙과는 전혀 다른 대륙인 디지털 대륙, 온라인의 바다에 깊이 빠져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낡은 교회, 노령화된 사목자가 따라잡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교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암울한 시기라고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냥 포기하고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가 처한 어려운 순간, 그 시기에 걸맞은 특별한 사람을 선물로 보내주십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한 사람이 있습니다.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입니다.
카를로는 인터넷에 깊이 심취해 살아가던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성체의 기적을 사랑했습니다. 겨우 열네 살 되던 무렵, 그는 성체 기적을 주된 콘텐츠로 하는 웹 사이트(www.miracolieucaristici.org)를 만들었고, 아직까지 유지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카를로는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복음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를 굳게 믿었습니다. 온라인 작업을 통해 자신의 성체성사에 대한 확고한 사랑을 드러냈고, 예수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꼬마 시절부터 카를로는 남다른 성체 신심을 드러냈습니다. 일곱 살에 첫영성체를 했고, 열 두살부터는 매일 미사에 참여하였으며, 매일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또한 자주 고해성사를 보고 성체조배를 하겠다고 주님께 약속드렸습니다.
그러한 약속으로 인해 카를로가 세상이나 친구들로부터 멀어진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는 또래들과 함께 공부하고 축구 시합에 열중했습니다. 비디오 게임도 하고 색소폰도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따로 내서 정기적으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들에게 작지만 친절을 베풀고 도와주었습니다. 옷과 음식도 나누어주며 그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카를로는 백혈병으로 인해 2006년 10월 12일 열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병을 교회와 교황님을 위한 희생 제물로 여겼습니다.
카를로가 남긴 명언입니다. “성체성사는 천국으로 가는 나의 고속도로입니다.”
에페소 교회에 보낸 바오로 사도의 편지글 안에 카를로의 성화(聖化) 비결이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충만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자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소년 카를로 안에서 당신의 충만하심을 세상 앞에 드러내셨습니다. 그분의 충만함으로 인해 카를로 역시 충만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작고 병약한 소년 카를로를 당신의 도구로 선택하시고, 카를로 안에 머무시고 활동하심을 통해 당신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세상 사람들 앞에 드러내셨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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