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성령의 불’이 이미 우리에게서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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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루카 복음 12장 49-53절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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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불
오늘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하시고 이내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하고 안타까워하시는 것을 보니, 그 ‘불’이 아직 활활 타오르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문맥상 ‘불을 지르러 왔다’는 문장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는 문장이 대구를 이루면서, 마치 이 ‘불’은 세상에 ‘분열’과 ‘혼란’을 일으키는 불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정말 예수님께서 지르고자 한 ‘불’은 어떤 불이었을까요? 본래 성경 속에서 ‘불’은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세례자 요한이 자신은 물로 세례를 주지만 뒤에 오시는 분은 ‘성령과 불’로 세례를 줄 것이라 했던 ‘성령의 불’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날이 오면 가라지나 쭉정이 같은 존재들은 걸러져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질 것이라고 했던 ‘심판의 불’입니다(마태 3,11-12 참조).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세상에 지르고자 하신 ‘불’은 이 두 가지 모두를 함의합니다.
주님께서 택하시고 그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은 성령의 불을 받겠지만, 주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은, 그들이 설령 부모나 형제들일지라도 가차 없이 심판의 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의미에서의 불을 동시에 지르러 오셨습니다. 여러분은 ‘성령의 불’과 ‘심판의 불’ 중에 어떤 불을 받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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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안드레아 신부(의정부교구)
생활성서 2022년 10월호 '소금항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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