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첫 한국인 성인상 세운다
2022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결과 해설
서울대교구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에 탄력
서울대교구는 오랫동안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위한 현양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교구는 200년 전 사제를 그토록 원했던 조선 교우들의 편지에 홀로 기꺼이 응답하고 초대 조선대목구장이 된 브뤼기에르 주교의 뜨거운 마음에 보은하고자 시복의 당위성을 공론화해왔으며, 다양한 현양 사업도 이어오던 터였다.
1831년 조선대목구 설정과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임명은 한국 교회가 보편 교회 안에서의 개별 교회로, 세계 교회 안에서 지역 교회로 자립하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그런 만큼 지역 교회가 공적으로 현양하기 위해 이와 관련한 교회사적 가치와 사료 수집 등 다양한 작업이 다시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13일 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조선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순교를 결심하고 여러 차례 조선 입국을 시도했지만, 끝내 교우들을 만나지 못하고 중국 마가자에서 선종하신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조선 초대 교구장으로서 한국 교회의 정신적 기초를 닦아주신 분”이라며 “그분의 선교적 열망과 한국 교회를 향한 사랑에 보답하고자 하는 서울대교구의 시복 추진 의사에 모든 주교님들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 시복 위해 노력
이용훈 주교는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을 향한 우리 염원도 더욱 깊어지길 당부했다. 이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 한국 교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며, 지난달 교황님을 알현한 자리에서 최양업 신부님의 업적을 정리한 소개 자료도 교황님께 직접 전해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청 시성성은 기적 심사에서 섬세하고도 완벽한 자료를 요구하는 만큼 그에 맞는 기적 사례를 검토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땀의 순교자로 전국을 다니며 한국 교회를 위해 희생하신 최양업 신부님이 세계 교회가 공경하는 인물이 되는 그 날까지 희망으로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 김대건 성상 설치
성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 외부 벽감에 설치되는 귀중한 작업도 이번 총회 후 공개됐다. 벽감(壁龕)은 성상이나 조각상을 세워두기 위해 벽면을 오목하게 만든 공간이다. 3.7m 높이의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될 김대건 신부 성상은 한국 전통 의복인 갓과 도포, 영대를 착용한 채 두 팔을 벌린 담대한 사제의 모습으로 제작된다. 성상 제작자는 한진섭(요셉) 조각가이며, 성상이 세워질 위치는 성 베드로 대성전 우측 외벽 쿠폴라(cupola, 지붕)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 주교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 한국의 성인상이 봉헌돼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며, 우리에게도 큰 영광”이라며 “유흥식 추기경님의 제안과 교황님의 화답으로 성사된 기쁜 일”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교구별 성인 유해 안치 현황 공유
성인의 유해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 한국 주교단의 뜻이다. 유해 확인 증명서가 없는 경우엔 유해의 진정성 여부와 외국 성인의 유해 확인 증명서 발급 여부 등에 대해 교황청 시성성 훈령 「교회의 유해 : 진정성과 보존」에 따라 교구가 판단해 관리 보존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교회는 교구별로 유해 보존 상황을 더 분명하게 관리하고 가짜 유해 논란 및 매매를 방지할 방침이다.
한일주교교류모임 25주년 자료집 발행
아울러 주교회의는 지난 8월 15일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를 총회 후 각 교구에 배포했다. 의견서는 10가지 핵심 주제별로 한국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현실을 10페이지에 걸쳐 요약해 담고 있다.
또 2025년 보편 교회가 ‘희망의 순례자들’이란 표어 아래 거행될 희년을 앞두고, 한국 교회도 이에 적극 동참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주교회의 연락 담당자에 주교회의 사무국장 신우식 신부를 임명했다. 아울러 한일주교교류모임 25주년 기념 자료집 발행을 기념해 한일 주교단은 11월 15일 화상 회의를 통해 만남을 갖기로 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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