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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한국교회

한국 교회 최초로 기후시계 설치… 생태적 삶 실천에 앞장

이제 6년 272일 14시간 32분 17초 남았다대전교구 천안불당동본당, 한국 교회 최초로 기후시계 설치… 생태적 삶 실천에 앞장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오르기까지 남은 시간은 6년 272일 14시간 32분 17초.

지난 23일 오전 11시 30분, 막 교중미사를 마친 성전을 나선 신자들은 성모상 앞에서 잠시 기도를 드린 뒤 왼쪽에 놓인 시계를 본다. 6년 272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전자시계 시간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공동의 집 지구가 지금 무너지기 직전의 절체절명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대전교구 천안불당동본당(주임 맹상학 신부)이 최근 성당에 ‘기후시계’(Climate Clock)를 설치했다. 동대구역이나 김해시, 의왕역 등지에 기후시계가 설치된 적은 있지만,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천안불당동본당이 최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이대로 계속 배출돼 1.5℃가 올라가면 지구 생태계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걸 본당에, 지역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다.

천안불당동본당은 기후시계 설치에 앞서 2020년 5월 교황청이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를 기념하자 ‘생태적 삶을 사는 본당 공동체’를 향해 작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어 지난해 5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들어가자 교육에 중점을 두고 생태 영성 특강을 마련했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 줄이기, 개인 컵 들고 다니기, 친환경 농산물 애용,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아나바다 장터 개설 등 ‘생태적 회개’에 기반을 둔 의식과 생활, 제도 개선으로 차츰 범위를 넓혀갔다. 지난해 11월 본당에 제로웨이스트샵(Zero-waste Shop)인 ‘알맹이 상점’을 개설한 것도, 지난 6월 성당 지붕에 21㎾짜리 태양광 패널을 설치, 일일발전량 20㎾, 누적발전량 10MWh를 달성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였다.

또한, 지난 9월 대전교구와 수원교구에서 ‘탄소 중립 2050’에 앞서 2040년, 아니 2030년으로 ‘탄소 중립’을 앞당길 것을 선언하며 전 본당 재생에너지 사용과 태양광 패널 설치를 통해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기에 나서자 천안불당동본당 또한 전 신자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500만 원을 들여 본당 신자인 이주희(젬마) 폴리텍대 아산캠퍼스 교수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기후시계’를 제작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최근에는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9)를 떠올리며 본당 주일학교 초등부와 중ㆍ고등부 학생들로 생태환경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 본당공동체가 어떻게 생태적 삶을 살지에 대한 기획에 들어갔다. 본당 사목회 교육분과에선 회칙 「찬미받으소서」 통독을 통해 어른들에 대한 생태환경 인식 개선을 시도하고 있고, 청소년분과에선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 교육에 들어갔으며, 지역사회에서도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는 피케팅 활동도 펼치고 있다.

주일학교 초등부 대표 강기범(요한 세례자, 10)군은 “달걀판에 바다거북이가 빨대 같은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가는 모습을 그려 환경 재앙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피케팅을 하고 있다”며 “나중에 제가 다 컸을 때 지구가 파괴되거나 망하지 않도록 모두 생태환경을 지키는 데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맹상학 신부도 “본당 공동체에서 기도할 때마다 기후위기를 인식하면서 생태적 회개를 통해 생활 안에서 생태적 삶을 살아가게 하도록 기후시계를 설치했다”면서 “교구에서도 탄소 중립 선언 미사를 해야 할 정도로 생태환경 파괴가 급속하게 이뤄지는 만큼 일선 본당에서도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며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안에서 생태환경 전반에 대한 인식과 생활, 제도 개선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