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히브9.2-3.11-14.마르3.20-21)
< 예수님이 사랑에 미쳤습니다 >
우리에게는 양들을 향한 사랑에 깊이 빠지고 미친 사목자들이 필요합니다!
공생활을 위해 출가하신 예수님으로부터 그리 좋지 않은 소식이 친척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예수님이 미쳤다는 것입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걱정들이 대단했습니다.
뭘 보고 미쳤다고 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을 것입니다. ‘그는 지금 우리 민족이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안식일 규정을 깨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상들로부터 전수되어온 정결례를 개무시하고 있다.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고 다니고 있다. 저러다가 분명 제 명대로 못살 것이다. 미친 것이 맞다.’
아직도 예수님에 대한 정확한 신원 파악을 하지 못한 친척들 역시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냥 저대로 뒀다가는 친척 예수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강제로라도 데려와 집에 가두어두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은 미친 것이 맞습니다. 미치긴 미쳤는데, 사랑에 미쳤습니다. 세상의 기준, 세상의 잣대로 바라볼 때, 예수님의 인생을 한 마디로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에게 사심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당신 자신을 위한 투자란 단1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생애는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모든 에너지는 당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이 땅에 아버지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쏟아부었습니다. 예수님의 안테나는 오로지 우리 인간의 행복과 구원, 영원한 생명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사랑에 미치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열렬한 사랑에 미쳤습니다. 당신의 모상인 우리 인간을 향한 뜨거운 사랑에 미쳤습니다.
가난한 청소년들의 아버지 돈보스코 역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탁월했던 돈보스코는 서품 직후 여기저기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좋은 본당에서, 병원 원목실에서, 학교에서...
그러나 돈보스코는 좋은 제안들을 다 거절하고 토리노 뒷골목으로 나갔습니다. 거기서 거부당하고, 착취당하고, 소외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친구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유능해보이는 젊은 사제가 본당에 있지 않고, 사고뭉치 뒷골목 청소년들과 정신없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 위험해 보이는 수많은 아이들의 우두머리처럼 행세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미쳤다고 한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돈보스코 역시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미쳤습니다. 그 누구도 돌보지 않던 가난하고 버림받은 청소년들에게 깊이 빠져들었고 그들에게 미쳤던 것입니다.
오늘날 사목자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향한 사목적 열정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자기 자신은 조금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양들에게 깊이 빠져,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느님께서 그런 모습 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오늘의 福音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0) | 2023.01.23 |
---|---|
< 사탄은 끝장이 난다 > (1) | 2023.01.22 |
< 열두 사도 뽑으시다 > (3) | 2023.01.20 |
< 열두 사도 뽑으시다 > (0) | 2023.01.19 |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0) | 2023.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