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히브12.1-4.마르5.21-43)
<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
‘조폭 아줌마가 운영하는 시장’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태국의 공익광고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폭처럼 무서워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임대료를 받기 위해 시장에 갑니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한 장사꾼에게 임대료를 내라고 호통치고, 고기 파는 상인에게 가서는 정육점 저울을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칩니다. 이어서 누군가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떤 노점상의 물건을 전부 가져가라고 명령합니다. 분명 갑질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누군가가 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올렸고, 사흘도 되지 않아 이 영상을 조회한 수가 자그마치 백만 회를 넘겼습니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어떤 댓글을 남겼을까요? 분노로 가득 찬 댓글이었고, 아주머니의 심보를 지적하면서 이 사장으로 장을 보러 가지 말자고 호소하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이 나서서 아주머니에 대한 진실을 설명했습니다. 임대료를 내라고 호통친 상인은 이미 열 번이나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었던 것을 봐주고 있는 것이고, 정육점의 저울을 집어던진 것은 그들이 오랫동안 무게를 속여 팔았기 때문이며, 노점상의 물건을 가져가라고 한 것은 처지 딱한 상인이 노점을 계속 운영할 수 있게 자신이 직접 물건을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사건의 표면만 보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장 따뜻하고 잘 배려하며 누구보다 정의로운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 실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추측성 기사만 내보내며 한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못 된 사람으로 만드는, 그래서 제일 나쁜 사람이 되고 맙니다. 지금의 우리 모습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섣부르게 판단하고 단죄하면서 또 하나의 죄, 그것도 가장 크고 무거운 죄를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견해를 가질 수는 있지만, 다른 이에게 돌을 던질 권리가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 회당장이 자기의 어린 딸이 죽게 되었다고 손을 얹어 살려달라고 청합니다. 그래서 회당장의 집으로 가는데, 도중에 그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달받습니다. 그들의 말에 상관없이 집에 가서는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라고 말씀하시지요. 이에 대한 반응은 냉랭합니다. “예수님을 비웃었다.”라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죽음만을 보고서는 섣부르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죽음까지도 지배하시는 예수님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못하고 있기에 그들은 감히 주님을 향해 비웃음을 던졌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소녀를 향해 “탈리타 쿰!”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을 지금도 우리에게 하시는 것이 아닐까요? 불신의 늪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우리를 향해, 온갖 비웃음과 잘못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를 향해, 함부로 판단하고 단죄하는 우리를 향해 그 모든 것을 뒤집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탈리타 쿰!”(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당신의 운명은 당신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갑니다(랄프 왈도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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