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간 금요일
(히브13.1-8.마르6.14-29)
<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
보통 건물의 재건축 논의는 지은 지 몇 년을 기준으로 진행될까요? 보통 30년을 기점으로 재건축 논의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준공 30년이 경과된 건물만 재건축할 수 있습니다.
이 ‘30년’이라는 시간을 보면서, 저의 마음을 바라봅니다. 건축물도 30년이 지나면 새롭게 다시 짓는데, 제 마음은 옛날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원래 ‘나’는 어쩔 수 없다면서 새롭게 만들려는 논의조차 못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재건축된 곳은 너무 멋집니다. 물론 재건축 들어가기 전까지 많은 논의를 비롯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이 과정을 거쳐서 재건축이 이루어지면 깨끗하고 멋진 공간으로 재창출됩니다. 우리 마음도 새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지저분하고 복잡한 내 마음을 새롭게 다시 만들어야 깨끗하고 멋진 내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어!’, ‘변하는 것은 불가능해’, ‘나는 이런 마음이 편해’ 등등 자기 마음의 재건축을 가로막는 잘못된 마음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나의 멋진 미래를 위해 자기 마음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갑곶순교성지를 처음 시작하며 경당을 지을 때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건축 설계사는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향해 이렇게 말씀해주시더군요.
“신부님! 집 짓는 것의 반은 부수는 것입니다.”
먼저 완전히 부수어야 짓는 것이 수월해집니다. 자기 마음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안에 있는 부수어야 할 것을 찾고, 또 실제로 부수어야 합니다. 미움의 마음, 욕심과 이기심, 쉽게 판단하고 단죄하는 섣부름, 함께 보다 혼자의 마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정적 마음, 나만 사랑받으려는 마음…. 이런 마음을 부술 때, 재건축이 멋지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헤로데 임금이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되살아 난 것이다, 엘리야다, 옛 예언자들과 같은 예언자다 등의 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헤로데 임금은 이 소문에 깜짝 놀라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라며 두려워합니다. 아무런 죄가 없는 세례자 요한을 감옥에 가둔 뒤에, 헤로디아 딸의 춤값으로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어 주었던 것이지요. 바로 헛된 맹세, 자기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 등으로 해서는 안 될 명령을 내려 세례자 요한을 죽였던 것입니다.
분명히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깊은 반성과 함께 이제는 다른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변하려 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재건축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사람들의 예수님에 대한 소문에 두려워 떨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냥 포기하고 절망에 빠져서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새롭게 재건축해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두려움 없이 기쁘게 지금을 살 수 있습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하느님을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하든 지나친 일은 없다(아르스의 성 비안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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