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마중물 >

< 인생의 마중물 >

​

인생이 힘에 부칠 때는 스스로 자신을 살피기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동반자가 필요하고 스승, 벗, 이웃, 동료를 비롯한 멘토가 있어야 합니다.

​

ㅡ누군가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것, 격려하고 성원하는 것, 정성껏 기도해 주고 상대가 힘겨울 때 함께 있어주는 것 모두 멘토의 길입니다.

​

ㅡ상수도 시설이 좋지 않던 시절에는 끌어올려 사용하는 펌프라는 게 있었습니다. 헌데 그냥 펌프질을 하면 물을 끌어올릴 수 없어 물을 한 바가지쯤 부어야 관 속에 물이 차서 지하수와 연결되고 그때 펌프질을 하면 물이 따라오는 데 그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고 합니다.

​

물을 얻기 위해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필요하듯 우리 인생도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마중물을 부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세상이 변하고 상대가 변하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변하기를 고대합니다.

​

ㅡ 허나 내가 먼저 변하면 상대와 세상이 변하지만 상대와 세상이 변하기만을 바라면 오만 가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내가 먼저 변한다는 건 바로 내가 마중물이 되는 것입니다. 나를 먼저 쏟아 부으면 마실 물이 콸콸 쏟아지게 마련입니다.

​

ㅡ 홀로 가지 않으려면 지금 좌우와 앞뒤를 한번 살펴보십시오. 아니, 먼저 자신부터 살펴보십시오.

​

인생을 잘 살려면, 첫째 지혜로운 스승을 만나야 하고, 둘째 어려울 때 함께할 수 있는 벗을 사귀어야 하며, 셋째 다사로운 동반자를 두고, 넷째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바쳐야 합니다.

​

ㅡ참 스승은 도처에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에게서도, 나무 한 그루,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서도, 인생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보면 세상이 모두 스승이 됩니다.

​

공자는 자신을 포함하여 세 사람이 모이면 두 사람은 스승이라고 했습니다. 왼쪽에 있는 나쁜 사람을 보고 따라하지 않으면 그가 스승이요, 오른쪽에 있는 좋은 사람을 보고 따라할 수 있으면 그도 스승이라고 했습니다.

​

이는 곧 스승은 도처에 있으며 내가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내 가슴과 생각과 영혼이 열려야 합니다. 마음이 닫히면 참스승은 결코 만날 수 없습니다.

​

ㅡ또한 내게 참다운 벗이 있는지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신발을 한 짝만 신고는 천하를 주유할 수 없습니다. 거친 파도가 칠 때 혼자 노를 저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여럿이 힘을 합쳐 노를 저어야 합니다.

​

참다운 벗은 힘들고 어려울 때 곁을 지켜줍니다. 아플 때 쓰다듬어주고 배고플 때 밥 한술이라도 나누며 위로해 주고 외로울 때 손을 잡아줄 벗이 있어야 합니다.

​

ㅡ 참다운 벗을 만나려면 세속적 이익과 덕을 보려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벗의 장점을 높이 사고 존경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허물을 충고하고 따스하게 덮어주어야 합니다. 마치 연인을 대하듯 다독이며 사랑해야 합니다. 벗을 즐겁고 재미있게 해줄 줄 알아야 합니다. 벗이 필요하다고 할 때 곁에 있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

얼음은 차가운 물을 부으면 잘 녹지 않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야 잘 녹습니다. 뜨거운 물은 사랑이고 배려이고 베풂이고 나눔이고 어울림이고 동행이고 감사이고 기쁨입니다.

뜨거운 물이 될 수 있어야 진정한 벗을 얻습니다.

​

- 김홍신 < 인생사용 설명서 >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