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9일 연중 제5주간 목요일
(창세2.18-25.마르7.24-30)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아무리 심연의 밑바닥에 있다 할지라도 끝까지 희망해야 하겠습니다!
악령은 아닐지라도 이런저런 병고나 상처, 심각한 문제 성향, 사이비 종교 등에 빠진 자녀들 때문에 항상 울고 다니시는 부모님들을 자주 접합니다. 그분들이 겪고 계시는 몸과 마음의 고통은 필설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녀, 선물이요 보배, 분신이요 삶의 의미요 전부인 자녀가 그리도 고통을 겪고 있으니 부모의 마음은 찢어질 정도입니다.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함께 울어주는 수밖에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이방인 여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악령에 들려 비참한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태도를 보면 놀랄 정도입니다. 딸을 위해 불 속이라도 뛰어들 태세입니다. 딸을 위해서라면 대신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딸만 치유된다면 자신은 개가 되어도 좋다는 심정입니다. 어머니의 모습에 깊이 감동 받으신 예수님께서 기꺼이 치유에 응하십니다.
그녀는 비록 이방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지니고 계셨던 신성(神聖)과 전지전능하심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그분을 향한 강한 신뢰심과 굳은 신앙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겸손한 태도로 딸의 치유를 청했습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르코 복음 7장 28절)
거듭된 예수님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음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간절하다 못해 집요하게 매달린 결과, 그녀는 즉각적인 딸의 치유라는 큰 은총과 축복을 선물로 받습니다.
더이상 비참할 수 없었던 이방인 여인의 수직 상승은 오늘 우리에게 큰 교훈 하나를 선물로 주고 있습니다. 잘 나갈 때일수록 더욱 겸손해져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심연의 밑바닥에 있다 할지라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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