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0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창세3.1-8.마르7.31-37)
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서의 기억이 많습니다. 단층 주택이었고 넓은 마당에는 나무와 꽃도 많았습니다. 형제가 많아서 저녁 식사 때면 늘 북적대던 기억, 겨울에는 너무나 추워서 가족 모두가 함께 이불을 덮고 서로의 체온으로 매서운 추위를 이겨냈던 기억, 마당에서 키우던 동물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려집니다.
언젠가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 이 집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어딘지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지역이 개발되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파리를 ‘시간이 멈춘 도시’라고 부릅니다. 100년 전 헤밍웨이가 걷건 거리와 현재의 파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853년 이후 이렇다 할 재개발이 없었다고 합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찾아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무척 반가울 것 같습니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습니다.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행복을 다시금 간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와 비슷한 감사의 인사를 받곤 합니다. 20년 넘게 써 왔던 ‘새벽을 열며’ 묵상 글 때문입니다. 제 글을 보다가 어느 순간 보지 않았는데, 아는 지인이 저의 묵상 글을 보내줘서 읽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묵상 글을 보면서 예전의 순수했던 마음이 생각나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계속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사랑, 평화, 기쁨, 희망, 믿음 등의 소중한 가치가 담긴 마음은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도 늘 그 자리를 지켜주십니다. 특히 당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을 변함없이 계속해서 나눠주십니다.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합니다. 그들의 요구대로 그냥 손만 얹어 주셔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십니다. 그리고 “에파타!”라고 말씀하시지요. 손만 얹어도 충분히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행동을 하셨을까요?
계속된 접촉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신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단순히 말로 위로 하는 것보다,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지 않습니까? 병의 치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 안에 머무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도 주님의 사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 일회적인 사랑이 아니라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그 사랑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변함없는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할 것입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모든 것에 인내하라. 자신의 결함을 자책하며 용기를 잃지 마라. 하지만 지체하지 말고 그 결함을 고치기 시작하라. 그 노력을 매일 새롭게 시작하라(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오늘의 福音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 (0) | 2023.02.10 |
---|---|
< 나와 터치(Touch)하시는 하느님! > (0) | 2023.02.10 |
아무리 심연의 밑바닥에 있다 할지라도 끝까지 희망해야 하겠습니다! (0) | 2023.02.09 |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0) | 2023.02.08 |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0) | 2023.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