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6일 연중 제6주간 목요일
(창세9.1-13.마르8.27-33)
< 내 안에 들어있는 사탄의 모습! >
여러분들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누군가로부터 ‘사탄’이란 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너무나 쎈 말이어서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간해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팔자 사나운 저 같은 경우, 누군가로부터 그런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충격이 엄청나더군요. 사나흘 동안 정말이지 기분이 꿀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 다른 제자도 아니고 수제자인 베드로 사도를 향해 사탄이라고 외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마르코 복음 8장 33절)
수제자를 향해 사탄이라고 한 배경을 눈여겨봐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다음 문장에서 사탄이라고 하신 이유를 밝히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저 역시 가끔 제 안에 들어있는 사탄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때로 하느님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머릿속은 오직 인간적인 것들뿐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기보다 인간들로부터의 인정을 더 추구합니다. 진지하고 영적인 사고방식보다는 오로지 세상적인 잣대로만 모든 것을 판단합니다.
마음속엔 오직 현세적 성공, 사람들의 박수갈채, 축척, 상승의 욕구로 가득 차 있어, 보다 본질적인 것들, 영원을 향한 갈망, 하느님을 향한 발돋움, 희생,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풀잎 위에 맺혀있는 아침 이슬같이 해가 뜨면 즉시 사라지고 마는 허상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베드로 사도가,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안타까웠던 예수님이었기에, 그토록 강경한 발언까지 사용하며 회심을 촉구하신 것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것들,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많은 것들이 머지않아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집, 지위, 명예, 재물, 학력...사실 그 모든 것들은 잠시 후 우리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이 다 빠져나갑니다. 본질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멉니다.
별것도 아니니,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전혀 신경 쓰지 마라는 것이 아닙니다. 목숨 걸지 말라는 것입니다. 대신 보다 영원한 대상, 보다 오래 지속되는 대상, 결국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대상이신 하느님, 그분을 향한 마음의 갈망, 그분과의 끈을 놓치지 마라는 의미의 말씀이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인 것입니다.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여기며 충만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100명이 공통적으로 지닌 한 가지 특징은 ‘빛을 추구하는 삶’입니다.
세상의 좋은 것, 세상의 아름다움이 주는 위안도 정말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인간끼리 주고받는 사랑도 얼마나 감미롭고 풍요로운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더 큰 가치, 더 큰 빛, 더 큰 사랑에로의 성장을 오늘 우리에게 바라고 계십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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