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7주간 화요일
(집회2.1-11.마르9.30-37)
<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
언젠가 강의 시간이 남아서 근처 식당에 들어가 식사했는데, 그때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 식당이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지 식사 때도 아닌 데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습니다. ‘잘 들어왔다.’라고 생각하며, 메뉴 중에서 ‘설렁탕’을 주문했습니다. 잠시 후에 음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문한 설렁탕이 아닌 뼈다귀해장국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주문서를 확인해보니, 분명히 설렁탕입니다. 그래서 주문한 음식이 잘못 왔다고 종업원을 부르려 했습니다. 하지만 식당 홀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저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뼈다귀해장국을 먹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내가 직원까지 이렇게 배려한 거야.’라면서 말입니다.
잠시 뒤, 화난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뼈다귀해장국을 시켰는데 왜 설렁탕을 가져다줬냐는 소리였습니다. 맞습니다. 음식 전달이 잘못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배려한다고 그냥 먹었지만(이미 두 숟가락 먹었습니다), 처음에 미리 직원에게 이야기했다면 손님을 화나게 할 일도 없었고 직원이 혼날 일도 없었겠지요.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었고, 불편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자기 생각이, 또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도 결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종종 자신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배려했는데 자기에게 이럴 수 있냐면서 화내는 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생각과 배려가 남을 곤란하게 하고,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주님께서 말씀하신 겸손의 삶이 시작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하면서 하늘나라의 신비에 대해 듣게 되었고, 또 그 나라의 영광이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의 관점에서 이해하려 했습니다. 세상에서의 첫째 자리의 영광처럼, 하늘나라에서도 첫째 자리의 영광은 떵떵거리면서 남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 논쟁하기까지 합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이야기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
아오스딩 성인께서는 이를 나무에 비유하셨습니다. 나무가 하늘 높이 자라야 하기 위해서는 뿌리를 깊숙이 내려야 하는 것처럼, 겸손의 뿌리를 깊숙하게 내려야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첫째 자리를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면서 겸손의 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부족해 보이는 어린이까지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이 주님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겸손의 뿌리를 깊숙하게 내리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나를 지키는 아름다운 지혜는 상대방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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