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3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신명30.15-20.루카9.22-25)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향해 칼이나 몽둥이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는 사람은 정상일까요? 비정상일까요? 또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력을 쓰는 사람과 동조해서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똑같이 칼이나 몽둥이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는 사람은 어떨까요? 모두 비정상이 분명합니다.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사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고 합니다. 바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악성 댓글을 달고, 또 여기에 동조해서 또 다른 악성 댓글을 남깁니다.
이런 악성 댓글이 칼이나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과 어떻게 같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악성 댓글을 당하는 당사자들의 뇌에서는 칼에 찔리거나 둔기에 얻어 맞을 때의 똑같은 고통의 경험이 관찰된다고 합니다. 즉, 뇌에서는 칼이나 몽둥이로 맞는 것처럼 엄청난 상해를 받은 것을 깨닫습니다.
악성 댓글뿐일까요? 친구 사이에서도 이상한 소문으로 상대에게 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은 말로만 했을 뿐이라 생각하겠지만, 이 역시 칼에 찔리거나 둔기에 맞는 것과 같은 고통을 뇌에서 느끼게 됩니다. 엄청난 폭력입니다.
십계명에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의 말로도 이 계명을 어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강조하셨던 사랑을 늘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합니다. 자기만의 정의를 외치면서 살인을 범하는 엄청난 죄를 범하는 것이 아닌,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나부터가 말과 행동을 조심하면서 사랑 실천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그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벌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를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십니다. 그들 역시 구원의 대상에서 절대로 제외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런 사랑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버린다는 것은 과거를 모두 잊고,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주님께 내맡기는 것을 뜻합니다. 주님의 뜻을 기억하면서 버릴 수 있는 세상의 것들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 것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자기를 드러내려는 이기심으로 잘못된 말과 행동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로는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를 수 없습니다. 어쩌면 주님과 정반대의 길로 가게 될 것입니다.
많은 폭력이 난무하고, 욕심과 이기심이 차고 넘쳐서 더 힘든 세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래야 온전히 주님을 따를 수 있습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과거 때문에, 혹은 미래 때문에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는 아직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알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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