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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2023년 2월 25일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이사58.9ㄷ-14.루카5.27ㄴ-32)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저는 외국어를 잘 못합니다. 솔직히 언어에 재주가 없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매일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노력 부족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말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더군요.

책을 읽다가 ‘홍소를 터뜨렸다’는 문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홍소’. ‘소’자야 웃음 소(笑)일 것 같은데, ‘홍’자는 한자로 무엇일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넓을 홍(弘)일까요? 아니면 붉을 홍(紅)일까요? 그래서 사전을 보니 홍소(哄笑)에서 ‘홍’은 ‘떠들썩할 홍’이었습니다. 매우 크게 웃거나 떠들썩하게 웃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제가 제 형제들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에 간적이 있습니다. 이때 묵은 한옥팬션 이름이 ‘서로’였습니다.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인 ‘서로’라고 생각했는데, 한자로 ‘서로(徐路)’라고 쓰며 천천히 걷는 길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외국어를 잘 못해도 우리말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우리말도 한참 부족했습니다. 이 역시 노력 부족입니다. 지레짐작으로 알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득 주님께 나아가는 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그 길은 어렵고 힘듭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주님께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그분을 알려고 온 힘을 기울일 때, 그 간격은 좁아질 것입니다. 혹시 그 좁아짐에 기뻐서 주님도 또 자기 자신도 ‘홍소’를 터뜨리지 않을까요?

레위라는 세리를 부르십니다. 당시에 세리의 직분은 ‘매국노’라는 소리를 듣는 큰 죄인이었습니다. 이런 소리를 들으니 세리는 더 돈 욕심을 세웠고, 정의 따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세리도 부르십니다. 구원은 하느님의 손길에 달려 있는데, 하느님께서는 그 어떤 사람도 포기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고 말씀하시면서, 죄인들 모두가 구원의 길로 이끄는 것이 당신의 사명임을 밝히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스스로 판단하고 단죄하면서 하느님의 일에 스스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가 없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에 기뻐서 ‘홍소’를 터뜨리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 뜻에 맞춰서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때 우리의 모습에 주님께서도 ‘홍소’를 터뜨리실 것입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성 아우구스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