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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慈悲는 고운 情

하느님의 사랑은 이념과 대립을 넘어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이념과 대립을 넘어섭니다

2023년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큰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비극이지요.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서고 부상자가 12만 명 그리고 20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튀르키예 인구의 약 25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지원을 약속했고 각 단체와 개인의 도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습은 지구촌이 하나의 공동체임을 새삼스레 알려주는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교회는 물론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이 재난을 함께 극복할 힘을 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튀르키예와 달리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금은 외면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시리아입니다. 시리아 북부의 국경지대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이미 난민들이 많이 모여 있던 곳입니다. 계속되는 폭격으로 건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고 이번 지진에도 큰 피해를 입었지요. 심지어 지진 발생 당일에도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지역을 공격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계속 반군 점령지로 운송되는 구호물품을 막음으로써 그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튀르키예를 통해 시리아로 보낼 수 있는 길목이 지진으로 파손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솜씨와 지혜를 나누어 받은 인간은 자신의 노동과 근면함으로, 성부께서 이미 세워 놓으신 우주인 피조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인간은 공동선을 증진하는 사회와 공동체의 역량을 모아 무엇보다도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66항)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이어 지난 주일 복음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마태 5,44-48) 삶으로 실천하기 참 어려운 말씀이지만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는 절로 그 의미가 새겨지는 말씀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어지는 복음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것을 넘어섭니다. 지금 시리아에 오랫동안 녹아 있는 갈등, 그 이념과 대립을 뛰어넘는 것이 바로 그분의 사랑입니다.

시리아 정부는 유엔 각 회원국과 인도주의 단체에 지원을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지원은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요. 이스라엘이 지진을 이용해 여론을 오도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아닐 테지요. 오랫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이미 국민들이 지쳐 있는데, 이번에 발생한 지진으로 그들은 더욱 깊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통치자들의 역할이 아닐까요?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도움의 손길 닿지 않는 시리아' 보도 장면에서 시리아의 한 마을은 80퍼센트가 무너졌지만 어떤 구호 손길도 닿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미지 출처 = BBC News 코리아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지진 발생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반군 마을을 강타했다고 하는 뉴스를 보며, 수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무엇이 중요한 걸까?, 그들의 마음속엔 무엇이 있을까?’ 독재자에게 저항하기 위해 시작된 시리아의 반정부 투쟁은, 세계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맞물리고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와 여러 민족들이 섞인 전쟁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평범한 삶을 꿈꾸던 평범한 이들의 삶이 파괴된 것이지요. 심지어 얼마 전에는 내전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언론 기사도 있었습니다.

"국제 협력 정신에 요구되는 것은 순전한 시장 지향적 사고를 넘어선, 연대와 정의, 보편적 사랑의 의무에 대한 인식이다. 사실, “그 숭고한 존엄성을 근거로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귀속하는 어떤 것이 있다.” 협력은 “온 인류 가족을 존중하면서 공동선에 일치하는 개념에 따라”, 전 국제 공동체가 참여하여야 하는 길이다. 이러한 협력에서 많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간추린 사회교리" 448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을 찾아보고 그 역할에 충실해야겠습니다. 신앙인의 첫 번째 행동은 바로 기도이지요. 지진의 피해자들을 위하여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에 멈추지 않고 이념의 대립으로 더욱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시리아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도 행해야겠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도 공식 해외원조기구인 한국 카리타스를 통하여 튀르키예와 시리아 긴급구호 특별 모금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기도와 함께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실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 봅니다.

"여러분도 보다시피, 사람은 믿음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의롭게 됩니다."(야고 2,24)

유상우 신부 부산교구 우정 성당 사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