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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길동무 얘기

< 오래 살려는 인간의 소망 10가지 자연 장수물 숭배 >

< 오래 살려는 인간의 소망 10가지 자연 장수물 숭배 >

 

원시신앙 십장생(十長生)에 얽힌 비화

◇십장생(十長生) 그림. 십장생은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소망에서 비롯된 원시신앙의 유산으로 우리 조상들은 십장생을 시문(詩文) ·그림 ·조각 등에 많이 이용하였다.

해·달·산·물·소나무·대나무·불로초·거북·학·사슴을 십장생(十長生)이라 한다(달과 대나무 대신 구름이나 돌을 넣기도 한다).

중국의 신선사상에서 유래하여 아시아권에서는 10가지 장수물(長壽物)로 자연숭배의 대상이었으며, 원시신앙의 상징물로도 여겨왔다.

옛날 사람들은 십장생을 시나 그림·조각·벽화·자수 등에 많이 이용하였다. 병풍의 그림도 십장생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도 십장생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십장생은 고구려시대부터 전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소망이다. 유교의 오복사상에서도 첫번째 항목으로 장수가 꼽힌다. 한 세대 전만해도 시골 처녀들이 시집갈 때 혼수품으로 준비한 벼갯머리, 혼례때 신부의 수저주머니, 선비의 문방구에는 으레 십장생이 수놓아 지고, 일반 가정에서는 십장생 그림을 벽과 창문에 그려 붙였다.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모두가 오래 살려는 소망에서 비롯된 원시신앙의 유제이다.

그렇다면 십장생에 들어있는 6가지 생물의 실제 수명은 얼마나 될까. 동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은 거북이다. 보통 100년을 넘게 살고, 우리 나라 민물에서 사는 거북이과의 남생이는 120∼130년 사는 것도 있다. 사슴은 30년을 넘지 못한다.

소나무는 보통 300∼500년 정도 산다. 강원도 영월 청령포의 단종 사당에 있는 소나무 중에는 단종이 유배되었을 때부터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600년이 된 소나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대나무는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죽는데 보통 60년을 주기로 꽃이 피어 수명을 60년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불로초는 흔히 영지버섯을 일컫는다. 그런데 영지버섯은 수명이 여름 한 철 2개월 정도일 뿐이다. 학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십장생에 들어가는 것은 두루미를 말한다. 천연기념물 202호로 지정된 두루미의 수명은 보통 40∼5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옛날 사람들이 십장생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기원한 것은 단순히 장수한다는 의미를 넘어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었다.

해와 달은 영원불멸성과 지속성을 지니며 물은 깨끗함과 무한성, 산은 불변성과 위엄에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사계절에 청정한 푸름과 활력을 주어서 사람들에게 지조와 신념의 상징으로 우러름을 받는다.

불로초는 진시황을 비롯하여 세상의 권세가들이 찾는 상서로운 불로장생의 상징이었다.

거북이는 고대사회로부터 장생하며 점을 치는 신령한 동물이다. 학은 인간이 신선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유일한 조류였다. 인간이 도를 통해 신선이 되고자 하는 소망에서 학은 장생과 영원성을 상징했다.

사슴은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적 장수하는 편임과 아울러 평화와 무욕의 경지를 담았다.

십장생을 주제로 하는 많은 글 중에서 조선시대 성현(成俔 , 1439∼1504)의 작품은 대표적이다. 성현은 예조판서와 대제학을 지내고, 천추사와 사은사 등으로 여러 차례 명나라에 다녀온 외교관이기도 했다. 조선 초의 정치ㆍ문화ㆍ사회 등을 살피는 데 귀중한 ‘용재총화’를 지었다.

 

해 달은 늘 비쳐주고

산천은 변함이 없네

송죽은 눈서리를 없수이 여기고

구학(龜鶴)은 장수로 태어났네

흰 사슴은 그 모습 어찌 그리 깨끗하고

단지(丹芝)는 잎이 더욱 기이하네

십장생의 뜻이 하도 깊으니.

목은 이색(李穡, 1528∼1396)은 고려 말의 큰 학자였다. 이성계와도 절친하여 새 왕조에 입조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고려의 신하라는 이유로 뿌리치고 학문에 전념하다가 여주의 한강에서 배가 폭파하여 세상을 떠났다.

이색은 “우리집에 세화(歲畵:설날에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한 그림) 십장생이 있는데, 10년이 지나도 새것과 같으며 병중에 인간이 원하는 것은 장생뿐이다.” 라는 내용의 십장생 병풍을 걸어놓고, 거기에 십장생에 대해 시를 지었다.

태양

둥근 형상은 푸르디푸른 곳으로 밤낮으로 돌며

산과 강과 대지와 바다에 이르기 까지

해는 만고에 쉬임이 없나니 가소롭다

달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네.

구름

암석에 부딪혀 공중에 흩어지면 형세가 아득한데

그 모습 해시(海市)가 하늘 나라에 몸을 감춘다

그러나 움츠렸다 펼치며 사람의 눈을 어지럽히네

또한 비를 만들어 기다리던 만물을 소생시키네.

기수(沂水)에 목욕하던 날 술이 옷깃을 펼치더니

문득 긴 세월 고금에 뻗친 줄 알았네

공자가 냇가에서 탄식한 줄 알았으매

바다가 얼마나 깊은 줄 알도록 허락하지 않네.

오악이 서로 뻗혀 모든 산을 이루고, 다만

사토(沙土)를 가지고 살을 붙여 단단해졌네

누가 암석이 있어 뼈가 되었음을 알리요

물이 뜯고 우레가 흔들어도 산은 끄덕도 않네.

소나무

북쪽 언덕 무성한 한 그루 소나무에

늙은 내가 거처를 옮겨 두 겨울을 보낸다

하물며 용만 개성에 조회할 때

구름을 떨치며 푸르름이 절로 무성하구나.

대나무

일찍이 살았던 집에 대를 심고 보았으니

담 넘어 달뜨고 계단에 바람 불어 싸늘할 제

행년 90세에 대나무를 바라보고 앉아서

그 의연함 읊으며 다시 의관을 바로한다.

불로초

단생물의 붉은 풀이 상서롭다고

역사책에 연이어 적었으니 광채가 울연하네

어떻게 하면 노인의 흰머리를 없앨까

배고픔 달래고서 한나라(漢) 밝은 정치 붙들리다.

거북

아득히 생각하니 용의 그림이 황하에서 나왔고

낙서를 나타낸 거북은 하늘이 왕가에

상서롭게 주셨네. 신선을 따라 나선 뒤로부터는

산속에 들어가 날마다 편히 햇볕을 쬐네.

삼산이 아득하니 어느 곳인가

가마 타고 옥문전 두드리니

평생토록 한스러움도 도골(道骨)이 없음이니

진세(塵世)에 떨어져 공연히 우러러만 보네.

사슴

말(馬)을 대신해 진나라 궁궐에 바치니

이미 그른 일인데 오대(吳臺)의 노닐던 곳은

또 석양만 바뀌네

담 넘어 짐짓 산 속에 절로 들어가니

천하에 어수선한 것이 말이 화가 될 조짐일세.

- 종교신문에 기고한 글에서..김삼웅 독립기념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