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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 신앙의 나그네 길

< 소화가 살아갈 세상을 걱정하다 >​

                      < 소화가 살아갈 세상을 걱정하다 >

그러니까 딱 1년 전, 우리 동네 토박이 반장님과 연변 아줌마 사이에 첫딸이 태어났다. ‘소백산의 꽃’이라고 이름 불러준 소화가 첫돌을 맞이했다. 소화네는 우리 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는데, 소화의 삼촌도 같은 해 결혼을 한 관계로 생활공간이 여의치 못해 우리 마을에 오게 된 것이다.

지난 주일 돌잔치를 했다. 동네 어르신 몇 분을 모신 한 끼 식사였지만 풍선도 달고 마을 가족들이 모두 즐겁게 축하하는 잔치를 연 것이다. 필자는 돌잔치란 걸 처음 구경했는데 실과 주판, 연필, 비단 등을 골라 들게 하는 순서가 참 재미있고 신기했다. 제 운명을 제 손에 맡긴다는 뜻인지 아니면 팔자를 엿보자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지혜로운 재치의 풍습이 느껴졌다. 함께 축가를 부르고 디카도 찍고 소화를 안고 뽀뽀하면서 마음으로 소망했다.

“소화야, 건강하고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아라. 네 아버지처럼 농사꾼으로 살더라도 사랑과 배려가 가득 넘쳐나는 아름다운 심성의 사람이 되어라. ‘무슨 일을 하든지 네 모든 생각과 몸가짐을 신중하게 하여라.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행하지 말며, 배고픈 이에게 밥그릇을 밀어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벗어주어라. 네가 사는 데 꼭 필요한 것 이상의 물건이 있거든 그것으로 남을 구제하는 데 나누어라. 언제나 하느님을 찬양하고 네가 가는 길을 평탄케 해주시기를 늘 간구하여라. 그러면 네가 어디에 살든지 무엇을 하든지 성공할 것이다.’

네가 태어난 시대는 화평치 못하구나. 서로 갈라지고 상쟁하여 정신과 가치가 붕괴되어 가고 있구나.

걱정이다. 너는 가난한 노동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게 보이는구나. 가난한 농사꾼의 딸로 태어난 너에게 세상은 늘 피곤함을 안겨줄 거다. 부자와 높은 지위를 가진 집안의 자식들은 법을 어기고 죄를 지어도 출세에 지장이 없고 군대도 가지 않고 외국의 시민권도 갖고, 그래서 전쟁이 터져도 죽을 염려도 없고 재테크의 마술로 부를 축적하고 국민 정신을 마취시키는 기술로 인기와 지지와 추앙을 받고 당당히 권력에 진입하며, 마침내 부모들이 가진 소유와 지배와 명예를 대물림받을 것이다. 대물림! 이건 굉장히 확실한 거고 중요한 말이다.

그들은 화려한 세계를 보여주면서 너도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자신들의 지배에 봉사할 백성, 일꾼으로 삼으려는 흉책이지. 그 마법의 주문을 따르지 마라. 살길을 가르쳐 주마. 부자가 되거나 높은 지위를 탐하지 말아야 한다. 저들이 노는 곳에 가지 말고 그들이 만든 신문도 방송도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라. 무엇보다 그들과 경쟁하지 말아야 해. 그럴수록 힘을 보태주는 거다. 저들에게 시집도 가지 마라. 불행할 거다.

소화야, 그렇다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 자체가 행복이나 불행은 아니다. 다만 너에게 ‘참된 행복’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소명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란다. 너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가 피어날 것이다. 오직 하느님의 법도를 따르며 참된 행복만을 찾아라. ‘가난한 사람들아,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셨다. 그분의 가르침만이 살길이다. 내 말 명심하여라.

네가 학교에 들어가고 청년이 될 무렵에도 다문화 가정 출신을 은근히 천대하고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추방하자는 이기와 특권주의 심보를 가진 이들이 여전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 말라.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할 것이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 하시지 않았느냐.

 

- 박기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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