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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 사랑의 찬가 >

< 사랑의 찬가 >

우리는 참으로 사랑할 줄 압니까?
누군가가 성서(1고린 13,4-7)에 나오는
사도 바오로의 '사랑의 찬가',
즉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시기하지 않습니다. 자랑하지 않습니다.
교만하지 않습니다…'에서 '사랑'대신
'나를 대치시켜 보아라, 그리고 반성해 보아라,
그러면 네가 참으로 사랑을 지닌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오래 참습니다.
나는 친절합니다.
나는 시기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교만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무례하지 않습니다.
나는 사욕을 품지 않습니다.
나는 성을 내지 않습니다.
나는 암심을 품지 않습니다.
나는 물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나는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우리 중의 누가
이 반성에서, 이 채점에서
"나는 합격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우선 나부터 낙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알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도
아마 "나도 낙제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말은 하기도 쉽고
실제로 많이 쓰이는데,
참으로 사랑하기가
왜 이렇듯 힘이 듭니까?

누구도 사랑이 제일 좋은 줄 알고,
사랑이 있으면 우리의 모든 문제,
가정이 문제, 사회의 문제, 교회의 문제,
온 세계의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잘 알면서도
자비심을 가지지 못합니다.
남을 믿지도 사랑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누군가가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을
바꾸어 사랑할 수 있게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적이요
가장 큰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