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보 김수환 추기경

< 우리 마음의 새 날 >

< 우리 마음의 새 날 >

옛날에
어떤 성자가 있었습니다.
그 성자가 한번은
제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밤의 어두움이 지나고
새 날이 밝아 온 것을
그대들은 어떻게 아는가?"하고
물었습니다.

제자 중의 하나가
"동창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
새 날이 온 것을
알 수 있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스승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제자가 말하기를
"창문을 열어 보고
사물이 그 형체를 드러내어
나무도 꽃도 보이기 시작하면,
새 날이 밝아 온 것을
알 수 있지요"라고 했습니다.
스승은 역시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너희가 눈을 뜨고
밖을 내다 보았을 때,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이
형제로 보이면,
그 때 비로소
새 날이 밝아 온 것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우리의
마음의 눈이 열려서
모든 사람이
그냥 사람으로만 보이지 않고
형제로 보여
사랑을 느낄 수 있을 때에,
우리 마음에 비로소
새 날이 밝아 온다는 뜻입니다.

이는 바로
내 마음이 변하고
내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한
새 마음이 되어,
남을 형제와 같이
사랑할 줄 알고,
남의 고통과 아픔을
나의 형제의 고통과
아픔처럼 느낄 만큼
공감하게 될 때에,
새 날은 비로소
밝아 온다는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