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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니 感謝

< 농사야말로 우러러 받들어야 할 제사다 >

< 농사야말로 우러러 받들어야 할 제사다 >

농사를 우습게 여기는 세상은

제 뿌리를 우습게 여기는 나무와 같습니다.

머잖아 시들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나쁜 욕심에 사로잡히느니 차라리 둔한 게 낫다

간디 선생님은 인도가 낳은 '위대한 영혼(마하트마)'입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포르반다르에서 태어나 변호사로 남아프리카에 갔다가 백인들에게 억눌려 사는 인도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을보고 인종 차별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1948년 숨질 때까지 인도 독립과 정신 개조 운동에 온몸을 바치셨지요. 비폭력 투쟁으로 인도를 대영 제국의 식민지에서 해방시킨 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합니다.

간디 선생님은 변호사였지만 말만 하면서 사신 분이 아니었어요. 그분은 당신이 먹고 입을 것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몸소 일을 하셨습니다. 그분이 물레질을 하여 실을 잣는 모습은 많은 사진 작가들에 의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요.

간디 선생님은 육체노동(몸으로 일하기)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셨어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몸소 일을 하시며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은 <바가바드 기타>라는 힌두교 경전을 해설하는 자리에서 그분이 하신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순결을 지키고 모든 악한 욕망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스스로 육체 노동을 해야 한다.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은 많은 욕심에 시달리지 않는다. 머리는 좀 둔할지 모르지만, 나쁜 욕심에 사로잡히느니 차라리 머리가 둔한 게 낫다. 유식한 사람들이 없어도 세상은 굴러갈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노동을 거부한다면 세상은 곧 끝장이 나고 말 것이다. 노동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농사(農事)일이다. 농사야말로 우러러 받들어야 할 제사(祭祀)다."

농사는 사람 혼자 지을 수 없어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악 놀이를 할 때 이 말이 쓰인 커다란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 말은 농사가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큰 바탕이라는 뜻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농사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런 말이에요.

농사란 먹을 것을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논밭에서 곡식과 채소, 과일을 기르고 소, 돼지, 닭을 치는 게 모두 농사지요. 그렇게 먹을 것들을 마련해서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지 않으면 아무도 살 수 없습니다.

아무리 힘센 씨름 선수라도 밥을 먹어야 힘을 쓸 수 있지요. 훌륭한 예술가도 밥을 먹어야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어요. 국회의원도 밥을 먹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고 선생님도 밥을 먹지 않고는 가르칠 수 없습니다. 베토벤도 밥을 먹었고 피카소도 밥을 먹었어요.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먹을거리'를 만드는 일이 바로 농사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농사라고 하겠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는 일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밥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아니지요. 그림은 못 봐도 살 수 있지만 밥을 못 먹으면 죽으니까요.

이토록 중요한 것이 '먹을거리'이고 '농사일'인데, 요즘 사람들이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고 농사짓는 이들을 은근히 깔보는 듯한 태도를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 사람들을 붙잡아다가 한 사흘이나 닷새쯤 굶겼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굶겨서 배가 고픈 게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면 정신을 좀 차릴는지 모르겠습니다.

간디 선생님 말씀대로, 유식한(아는 게 많은) 사람들이 없어도 세상은 굴러갈 것입니다. 그러나 농사짓는 이들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사람이 머리에 든 것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뱃속이 텅 비어 있으면 살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이나 축구 선수보다, 예술가나 정치인보다 농부가 훨씬 더 소중한 사람인 거예요. 연극이나 축구 시합은 못 봐도 살아갈 수 있지만 밥을 먹지 못하면 죽고 말테니까요.

농사는 사람 혼자서 지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늘과 땅이 사람과 함께 짓는 게 농사예요. 하늘에서 햇빛과 비를 받아 먹고 땅에서 물과 양분을 받아 먹어야 식물이 자라니까요. 거기에 농부의 땀방울이 섞여 우리가 날마다 먹는 밥, 빵, 채소, 과일, 고기 같은 것들이 생겨나는 겁니다.

농사는 모든 일을 낳는 어머니

그러기에 음식을 함부로 남겨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 됩니다. 밥 한 그릇을 먹어도 고마운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먹어야 해요. 옛날 어른들은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하늘이 벌을 내린다고 했어요. 그만큼 먹는 것을 소중하게 여겼지요. 그 이유는 먹을거리가 요즘처럼 흔하지 않아서도 그랬지만, 사실은 음식물이 본디 소중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간디 선생님은 농사일을 매우공경(높이 받듦)하셨어요. 그래서 "농사야말로 우러러 받들어야 할 제사"라고 하셨지요. '제사'란 사람이 가진 것 가운데 가장 소중하고 깨끗한 것을 하느님께 바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농사가 우러러 받들 제사라는 말은, 농사야말로 사람들이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가장 소중하고 깨끗한 일이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인가 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학자도 있고 기술자도 있고 체육인도 있고 예술가도 있지요. 저마다 값지고 유익한 일을 하고 있음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사람들로 하여금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일, 그것이 바로 농사인 것입니다. 농사가 있어서 예술도 있고, 농사가 있어서 스포츠도 있고, 농사가 있어서 정치도 있고 사업도 있는 거예요. 농사는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을 낳는 어머니입니다.

나는 비록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우리 집은 비록 농가(농사 짓는 집)가 아니더라도, 농사를 우러러 받들고 농부를 존경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농사를 우습게 여기는 세상은 제 뿌리를 우습게 여기는 나무와 같습니다. 머잖아 시들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 이현주 님<이 한마디 살아 있는 말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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