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牧者의 지팡이

여전히 뿌연 교회의 미래

여전히 뿌연 교회의 미래

그렇다고 이런 반대자들을 괄호 쳐 버린다고 한들 사정이 훨씬 더 나아졌을까. 교황청발 시노드는 진보적인 것 같은데 도통 안개로 자욱해 가늠하기 어렵고 때로는 길을 잃어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한다. 이런 혼돈과 불투명함의 혼재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기’라고 긍정적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실망한 채 다음 발을 어디에 디뎌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특히 여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그렇다. 여성의 사제 서품과 관련해서 해마다 교황의 표현, 그 워딩에 약간의 진화는 있을지라도 본질적으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규정한 내용에 매여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터뷰, 기자회견은 2013, 2015, 2016, 2018, 2020, 2022년에도 여전히, “교회는 (여성 서품에 대해) ‘아니다’라고 발표했고 말해 왔다”5)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매우 너그럽고 또 크게 에누리를 해서 본다고 해도 ‘교회가 이 문제에 답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설명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조차 지금 세계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합의적 교회를 향한 과정에서 제기되는 여성 사제직에 대한 요구, 지속적이고 가시적이며 “요란”하기까지 한 여성 사제 운동 등을 결코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에둘러 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6)

여성 문제와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직 교황들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보이는, 그래서 신학적으로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지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교회론에서 마리아와 베드로의 긴밀한 관계를 전형적인 성 역할과 관련지어 이해하고 있고 또 그의 여성관에 대한 신학적 배경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한스 우르본 발타사르는 당시 ‘로마적 가톨릭’에 반감을 갖는 분위기에 대항해 교회 내에서 ‘마리아와 베드로 원칙’(Marian-Petrine principle)이 여전히 고유하고 확고하다며 ‘젠더 상보성’(gender complementarity) 신학 이론을 주창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신학적 정당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7)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성 부제나 사제 서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자주 ‘교회는 여성이자 신부이며 여성성 원칙이 마리아 원칙이다. 그러므로 이는 (성직 수행과 승계를 중심으로 하는) 베드로 원칙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여기서 여성성은 가정적, 내면적이며 환대적이고 영적으로 그려지고, 반면 남성성은 권위적이고 권력적이라는 이원적인 인식으로 고정관념화하고 위계적인 가치가 더해지면서 이를 내면화하기에 이른다.8)

결국 ‘마리아 원칙’이 전체 교회를 ‘적극적 수용성’(active receptivity)이라는 특징으로 구성해 간 것이라면, ‘베드로 원칙’은 오직 서품받은 남성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서 수행된다는 성직 지배 질서를 강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의 교황직 아래 ‘교회개혁’의 이름으로 중세적 신학 이념과 수직적 성직 중심의 교회 구조를 ‘공동협력적’(synodal, 함께 걷는) 교회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진전되어 가고 있다. 피라미드형 위계적 교회를 수평적인 친교의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으로 계획된 주교 시노드를 2024년까지 1년 더 연장해 진정한 ‘하느님 백성’ 전체의 시노드가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과 아시아 교회, 특히 주교회의 차원의 주목할 만한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복음의 기쁨’과 프란치스코 교황직 10년을 기념하는 올해에 그 정신을 되새기고 새롭게 하는 여러 일들이 기획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해 본다.

1) 이 비디오는 여전히 유튜브에 올라 있으며 상영이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WBzheA0qhGc 이 목각상들을 강물에 던진 한 오스티리아 청년은 다른 비디오를 찍어 자신들이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당당히 밝혔다. https://www.youtube.com/watch?v=1p74CEA1_go

2) Jeanne Smits, “Cardinal Burke: diabolical forces’ entered St Peter’s Basilica through Pachamama idolatry”, LifeSite, Dec. 10, 2019.

3)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에 '사제 독신주의 유지해야' 경고”, , 2020.1.13.

4) 편집국, “‘대실패’- 펠추기경, 비밀 글로 프란치스코 교황 맹비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23.1.20.

5) Kate McElwee, “The evolution of Pope Francis on women: Some movement, but more needed,” National Catholic Reporter, March 7, 2023.

6) 위의 글.

7) Richard Gaillardetz, “Pope Francis has opened the door for real church reform, but hasn’t stepped through”, National Catholic Reporter, Feb. 28, 2023.

8) Cindy Wooden, In Vatican newspaper, academic urges Pope Francis to get beyond women stereotypes, National Catholic Reporter, Dec. 13, 2022.

-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