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곰삭한 맛

< 열애 >

< 열애 >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 신달자 시인

 

'詩, 곰삭한 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하는 사람  (0) 2022.11.03
너를 위한 노래  (0) 2022.10.29
< 교황 집무실에 걸린 詩 >  (0) 2022.10.23
눈(雪)  (0) 2022.10.22
말씀  (0) 202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