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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老年의 삶

< 노년(老年)의 즐거움 >

< 노년(老年)의 즐거움 >

세 가지 빛살로 눈부신 노년(老年),

그 새로운 시작(始作)에 부쳐서 드맑은 가을날,

서산마루가 저무는 그 한때!

그렇게 황홀(恍惚)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황혼(黃昏)은 황홀이다.

너무나 아름답다.

마음에 사무치게 곱고 야무지다.

우리 인생(人生)의 황혼도 황홀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누구나 겪을 노년은

서산마루의 노을 같기를 바라고 싶다.

저무는 것의 지극(至極)한 아름다움,

그게 바로 노을이고 황혼이듯이

우리 삶의 저묾인 노년 또한 그러고 싶다.

저무는 노을의 햇살은

아침 해돋이의 빛살에 능(能)히 견주어질 것이다.

조금도 뒤질 기색(氣色)이 없다.

일몰(日沒)의 아름다운 기운(氣運)이

일출(日出)의 그것과 어금버금하다는 것,

그건 노년의 뜻을 또는 노년의 기(氣)를

다시금 추슬러 생각하게 한다.

노년이라는 인생

황혼이 석양(夕陽)의 빛으로 물들고

석양의 기운으로 율동(律動)하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싶다.

그래서 노년이 마지막 성취(成就)와 결실(結實)을

향(向)한 열정(熱情)이기를 바라고 싶다.

저무는 노을은 취(醉)하도록 해맑다.

서두르지 않고 고즈넉하다.

그래서 아침노을과는 다르다.

저녁노을은 잔잔(潺潺)하고 차분(差分)하다.

고요하고 넉넉하다.

안존(安存)하고 평화(平和)롭기가 이를 데 없다.

그건 노년의 가장 바람직한 마음 자세(姿勢)와 꼭 같다.

거기에 가락(加樂)이 울린다면

‘아다지오’(adagio:조용하고 느리게)이다.

‘알레그로’(allegro:빨리, 활발하게)도 아니고,

‘비바체’(vivace:아주 빠르게)도 아니다.

‘안단테’(andante: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이다.

그나마 ‘안단테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이다.

노년 또한, 그렇게 정숙(靜淑)하게,

진중(鎭重)하게 아름다운 가락이

그 핏줄 속에서 울림하고 있기를

간절(懇切)히 바라고 싶다.

그래야 위대(偉大)한 교향곡(交響曲)의

마지막 악장(樂章)을 마무리하는

‘코다’(coda: 악곡 끝에 결미로서 덧붙인 부분)처럼

장려(壯麗)하게 숨결이 율동하는 나이,

그게 노년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노년이 지향(指向)하고

이룩해낼 것이 또 있다.

그건 순연(純然)히 백발(白髮)이 말해주고 있다.

흔히들 '성성백발(星星白髮)'이란 말을 노인에게 쓴다.

희디 흰 은빛의 눈부신 머리카락,

그게 바로 성성백발이다.

이때 성(星)은 '희고 또 흰 성'이라고 읽는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성(星)은

원래별을 가리키는 한자(漢字)이다.

그렇기에 성성백발을 머리에 인 사람의 겉모습은

한겨울 백설(白雪)에 쌓인 태산(泰山)같고,

속마음은 한여름 밤 은하수의 별빛과도 같은 것이다.

노년은 높다랗게 고갯마루에 쌓인

백설처럼 장엄(莊嚴)하면서도

밤하늘에 높이 뜬 샛별처럼

은은(隱隱)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을빛 같고 흰 눈빛 같고,

또 별빛 같은 나이, 그게 노년이다.

세 가지 빛살을 더불어 하나로 누리고 있는 나이,

그게 바로 노년이 되게 하고 싶다.

그래서 노년은 '삼광(三光)의 나이',

이를테면 '세 가지 빛의 나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노숙(老熟)!

그건 삶이 완벽(完璧)하게

성숙한 것을 의미(意味)한다.

그렇기에 노년은 잘 익은

가을 과일 같은 향내를 풍길 수 있다.

2) 노련(老鍊)!

그것은 솜씨나 재주가 최고(最高)의 경지(境地)에

다다라 있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젊어서 일찍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제 비로소 이룩해내는 나이, 그게 노년이다.

3) 노장(老壯)!

그것은 노숙(老熟)과 노련(老鍊)을 겸(兼)하면

누구든 나이 들어서 오히려

건장(健壯)할 수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이 들 만큼 들고,

또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

누구나 노숙과 노련과 노장의 '삼로(三老)'를

스스로 겸할 수 있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싶다.

그리고 이를 실천(實踐)하기를

적극적(積極的)으로 마음먹고 싶다.

그러니까 노년이라고 기가 죽을 것은 없다.

숨죽일 턱도 없다.

기세(氣勢)가 꺾이다니 그건 말도 안 된다.

웅크려도 안 되고 움츠려도 안 된다.

죽쳐서 물러앉는 것은 금물(禁物)이다.

가슴을 펴고 당당(堂堂)하자.

눈 부라리고 우뚝 하자.

'삼광'을 겸한 '삼로'의 나이,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장도(壯途)이다.

기로(耆老),

그 멋진 말!

예순을 넘겨야 기로라고 하는데,

여기서 기(耆)는 '힘셀 기'이고, '즐길 기'이다.

예순을 넘어서 비로소

장사(將士)처럼 힘깨나 쓰고

예순을 넘어서 비로소

삶을 즐길 수 있는 경지에 드는 것,

그것이 바로 기로이다.

이 책 한 권으로 기로들이

'노당익장(老當益壯)'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 백세(人生 百歲)! 푸른 노년 공화국(共和國)!

[저자/ 김열규 “노년의 즐거움”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