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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

눈에 보이는 것, 그게 다는 아니더라

눈에 보이는 것, 그게 다는 아니더라

 

픽사베이

중국에 편작은 명의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고 했다. 그에게는 두 형이 있었는데 막내인 편작만큼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 못했을 뿐 그들도 모두 훌륭한 의사였다. 위나라의 문왕이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는 형제 중에 누가 가장 잘 치료하는가?” 편작이 대답했다.

“큰 형님이 가장 훌륭하고 그 다음은 둘째 형님, 그 다음이 저입니다. 저의 큰 형님은 환자가 아픔을 느끼기 전에 얼굴빛으로 이미 그 환자에게 다가올 병을 압니다. 그래서 환자가 병이 나기도 전에 병의 원인을 제거하여 줍니다. 그러므로 환자는 아파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게 되어 저의 큰 형님이 자신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저의 큰 형님이 명의로 소문이 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저의 둘째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병을 알아보시고 치료에 들어가십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둘째 형님이 자신의 큰 병을 낫게 해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 속에서 신음할 때, 비로소 그 병을 알아봅니다. 환자의 병세가 심각하므로 맥을 짚어 보아야 하고 진기한 약을 먹어야 했으며,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의 그러한 행위를 보고서야 비로소 제가 자기들의 병을 고쳐 주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림 픽사베이

사마천의 사기<편작열전>에 보면 어떠한 명의(名醫)라도 도저히 고칠 수 없는 6가지 불치병이 있습니다.

첫째, 환자가 교만 방자하여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환자입니다. 내 병은 내가 안다고 하면서 정확한 의사의 진료와 충고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둘째, 자신의 몸을 가벼이 여기고 돈과 재물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몸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데 돈과 명예를 중시하여 몸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은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셋째, 음식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옷은 추위를 견딜 정도면 적당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채울 만하면 적당한 것인데 지나치게 음식을 탐하고 편안한 것만 찾는 환자는 고칠 수 없습니다.

넷째, 음양의 평형이 깨져서 오장의 기가 안정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음양이 장기를 장악하여 혈맥의 소통이 단절되면 기가 불안정해져서 돌이킬 수 없습니다.

다섯째,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도저히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어떤 명약을 쓰더라도 그 약을 받아들일 만한 기본 체력이 없다면 이것 또한 고치기 힘듭니다.

여섯째, 무당(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의사를 믿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의사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고칠 수 없습니다.

픽사베이

편작은 육불치(六不治)의 난치병을 말하면서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있더라도 병이 엄중하게 되고 고치기 힘들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지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어떤 것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건 오직 마음으로 볼 때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중에 나오는 말입니다. 진실로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해서는 근원을 살펴야 합니다.

근원을 살피는 눈은 보이는 판단을 의지하지 않고 이익에 치우치지 않으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출 때 열리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살피는 날입니다.

문병하(양주 덕정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