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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의 지혜로운 스승"
헬리 나웬의 글을 읽을 때 찾아오는 잔잔하지만 강력한 감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많은 책들이 그러하겠지만, 줄거리를 요약해서 듣는 것만으로는 그의 글 사이사이에 배어 있는 깊은 영성을 감지해 낼 수가 없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 원서로 이 책을 읽은 몇몇 사람으로부터 너무 좋은 책이니 꼭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느낌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이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올바른 자세를 가르쳐 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저자는 죽음을 잘 맞이하는 일과 죽어가는 이를 돌보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하느님의 어린 자녀요, 서로 형제, 자매요, 앞으로 올 세대의 부모임을 가르쳐 주면서.
<죽음, 가장 큰 선물>의
책을 읽으면서 묵상하게 된 것은, 굳이 나누자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하느님께 철저히 의존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육체적으로 무력한 가운데서, 그리스도께 철저히 의존하는 삶인 것 같다.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나 혼자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떠나 모든 것을 의존하는 삶 말이다. 저자가 언급했던 경험담 중 내게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커스단의 공중그네팀 이야기였다. 공중그네 무용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공중 날기를 할때 나를 붙잡아 주는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공중을 나는 사람은 아무것도하지 않습니다…… 최악의 실수는 공중 나는 사람이 붙잡아 주는 사람을 잡으려드는 거지요.
내가 나를 붙잡아 주는 사람의 손목을 붙잡으려 하면 그의 손목이 부러지거나 내 손목이 부러지고 말 겁니다. 공중날기를 하는 사람은 붙잡아 줄 사람이 제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을 믿고 팔을 뻗어야 합니다.” 우리도 그저 팔을 뻗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왜 그리도 잘 되지 않는지…….
또 하나는, 우리에게는 형제 자매가,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에서도,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는 일에서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그저 옆에 있어 주는 친구가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모른다. 저자가 친교를 나누며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들어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있는 끈끈한 정과 그로 인해 서로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 주위에 형제, 자매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 또 이미 죽었지만, 우리 가운데 살아 있는 그들의 삶과 글 때문에 너무 감사하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내게 그런 사람들이 좀더 많았으면 좋겠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대로, 죽음은 선물이다. 나는 지금 저자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이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을지 상상해 본다. 이런 책을 남기고 간 저자의 죽음은 오늘 우리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
-글/김명희(ivp 편집장, 쿰회보 9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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