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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삶의 물음에 답하다 >

< 삶의 물음에 답하다 >

사는 게 팍팍하다. 힘들다. 고개는 떨궈지고 어깨는 자꾸 처진다. 언제부턴가 웃음을 잃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순간순간 살고 있는 이 삶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살아야 하는가? 나는 진정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무소유> <산에는 꽃이 피네> 등을 쓴 법정 스님은 자신의 법문을 묶은 <일기일회>에서 이런 근원적 물음을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 자기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라. 그 순간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번의 인연이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하면 결국 죽게 된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날이다.

스님의 길상사 정기법회 법문, 여름안거와 겨울안거 결제 및 해제 법문 등 대중과 학인을 상대로 법문한 내용을 묶었다. 2003년 5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길상사는 물론이고 명동성당과 세종문화회관, 뉴욕 맨해턴 등에서 행한 모두 43편의 법문을 담았다.

스님은 우리를 깨우친다. 집착을 버리라고. “우리는 과연 가진 것만큼 행복한가? 많이 가진 사람은 그만큼 더 행복한가?” “진정으로 삶을 살 줄 안다면 순례자나 여행자처럼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가득가득 채우려는 욕망은 결국 그 스스로를 걸려 넘어지게 만듭니다. 좀 모자란 듯한 구석, 덜 채워진 구석이 있어야 사는 맛이 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온다. “꽃은 어느 날 갑자기 피지 않습니다.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를 견디면서, 안으로 꽃을 이루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합니다. 꽃망울이 맺혔다가도 한참 있다가 핍니다.” “하나의 씨앗이 움터서 꽃 피고 열매 맺기까지 봄, 여름, 가을이 받쳐 주어야 합니다.”

세상을 꿰뚫는 통찰과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가르침이 넘쳐난다. 스님은 다시 우리를 깨우친다. 내 안의 부처를 찾으라고. “맹목적으로 절에 가서 불상 앞에서 절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절에 부처와 보살은 없습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부처와 보살을, 생각을 돌이켜 일깨워야 합니다.” “이상적인 도량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깨달음을 얻는 곳이 곧 도량입니다.”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 “일상의 삶을 떠나서 따로 열반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 밖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고 우리는 흔히 믿지만 바로 이 현실 세계에서 천국을 이룰 수 있지 현실을 떠나서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절의 종에 금이 갔더라도 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종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종소리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는 데 있지 않고 종소리에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가, 담겨 있지 않은가에 있습니다.”

더워진다. “봄날은 갑니다. 덧없이 갑니다. 제가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 돋아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 법정 스님〈일기일회 법문집1〉에서 한겨레신문에 기고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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