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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仰人의 삶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김치 주제가’의 일부다. 한국 사람에게 김치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해외 성지순례나 해외여행 등 오랜 시간 고국을 떠나있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한국에 돌아가서 가장 먼저 먹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필자는 고민 없이 돼지고기와 두부가 듬뿍 들어간 얼큰한 김치찌개라고 말한다. 있을 때는 모르지만, 막상 없을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신앙이 우리에게 그처럼 소중한 것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얼마 전 프랑스를 방문하며 조셉 도레 대주교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유학 중에 알게 된 대주교님은 프랑스의 저명한 신학자요 사목자로서, 그리스도론과 종교 간 대화 분야에서 다수의 연구와 저술 업적을 남기셨는데, 은퇴 후에도 여전히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계셨다. 최근에는 자서전 형식의 책인 「예수님 때문에」를 출간하셨다. 대주교님은 필자와 대화하던 중 “아, 예수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하시며 말씀을 멈추셨다. 예수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수많은 힘든 일들을 회고하고 계셨던 것이다.

대주교님의 말씀을 이렇게 바꾸어 보았다. “아, 나에게 신앙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상상을 해보자면, 신앙이 없었다면 필자는 지금처럼 사제로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천주교가 아닌 불교를 신봉하고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가족은 가톨릭 집안이 아니었다. 어려서 부모님과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가던 기억이 남아 있다. 천주교 신자가 된 후에도 사찰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했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덕분에 성당을 접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필자를 필두로 온 가족이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신앙 덕분에 우리 가정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신앙 덕분에 필자는 일반 대학교를 그만두고 신학교에 지원하여 지금 사제로 살고 있다.

살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 신앙은 힘을 발휘한다. 필자는 어머니를 하느님 품으로 보내드릴 때 신앙의 위대한 힘을 강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모친께서는 2017년 5월 췌장암 판정을 받으셨다. 발병 소식을 듣자마자 우리 가족은 ‘기도부대’를 꾸렸다. 신자, 수녀님, 신부님 등 만나는 사람마다 어머니를 위한 기도를 부탁드렸다. 그 덕분인지 수술과 요양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실 수 있었다. 2020년 초 암이 재발했지만, 기도부대 덕분에 어머니는 그 힘든 항암치료를 꿋꿋하게 받아내실 수 있었다. 약이 듣지 않고, 몸이 약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어머니는 2022년 4월 호스피스 병원에 들어가셨고, 그곳에서 평화로운 마지막 시간을 보내시던 중 주님 승천 대축일에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가장 가까이서 보냈던 5년은 신앙의 인연으로 맺어진 하느님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곳에 도우미와 은인들이 늘 함께하시며 기도와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녀가 가는 곳마다 천사들을 보내시어 무사히 당신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호하고 계심을 강하게 체험하였다.

코로나 이후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신자가 많아진 듯하다. 신앙으로 인해 많은 가정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신자들에게 신앙은 기쁨과 행복이 아닌 고역과 짐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이러한 ‘신앙의 위기’ 시대에 확신을 갖고 자신 있게 우리의 신앙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신앙이 없었다면 감당할 수 없었을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일 것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