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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 신앙의 나그네 길

< 하늘을 우러러 >

< 하늘을 우러러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의 서시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무더웠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아름다웠던 가을이었습니다.

하늘은 예나 다름없이

맑고 푸릅니다.

까마득한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져 갑니다.

늘 그렇듯이

나는 쾌청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

나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러나 내 삶을 되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못한

자괴감을 느낍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 발은 진흙 속에

담그어 놓고

내 편리한 대로 살은 날이 많습니다.

땅은

내게 생명을 주고

하늘은 내게 삶의 목적을 줍니다.

하늘을 우러러 볼 때

나는 내가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이유를

넌즈시 들려주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안다는 것이

무슨 소용있겠습니까?

안다는 것이 몸과 마음으로

실행되지 않을 때

안다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되어 나를 짓무르게 합니다.

황령산에 올라 바다를 보고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하늘을 항해 발돋움하고 있는

사철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하늘과의 속삭임을

나에게 들려주기라도 하는 듯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오랫동안 하늘을 잊고 살았습니다.

이런저런 변명의 말이

불쑥 솟구쳤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하늘을 잊고

땅만을 내려다보며 살았던

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반짝이며 지나쳤습니다.

내 인생의 좁은

화각이 넓게 펼쳐지는

묘한 감정이 소용돌이쳤습니다.

땅위에서 바라보는

밋밋한 세상이 아니라

산마루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좀 더 아기자기하고

넓고 다양했습니다.

하늘은 더욱 맑고 푸르렀습니다.

그래요.

비로소 하늘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높이 날아오르는

갈매기가 더 멀리 본다."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하는 말입니다.

조금만 더 높이 올라섰더니

예전의 세상과는 사뭇 다른

좀 더 넓고 환한

세상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래서 산을 오르나 봅니다.

좀 더 넓게 보고

좀 더 환하게 보고

조금 더 명료한

삶의 이정표를 발견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어쩌면

그리도 산을 오르나 봅니다.

나무는 압니다.

하늘을 죄다 담기에는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그리하여 가지와 가지 사이에

크고 작은 틈을 만들어

받아들이고 남은 것을

땅으로 내려놓는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작은, 아주 조금만 담으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양만 가슴에 품으렵니다.

내가 미처 받아내지 못한

더 많은 것들은

땅으로 내려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루고루 나누어지기를

마음으로 소망해 봅니다.

- 글 이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