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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길동무 얘기

1년 만에 돌아온 이낙연 “못다한 책임 다하겠다”

1년 만에 돌아온 이낙연 “못다한 책임 다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미국 유학을 마치고 1년여 만에 돌아와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면서 “저의 못다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공항을 가득 메울 정도로 지지자들의 환호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 전 대표는 ‘보고싶었습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가 쓰인 포토월 앞에 서 10분 동안 귀국 소감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년 17일만이다. 여러분은 고통을 겪으시는데 저희만 떨어져 지내서 미안하다”면서 “대한민국은 여기저기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주의도 복지도 뒷걸음친다. 대외관계에 금이 갔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좋았던 국민의 그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 잘 안다”면서 “저의 못다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바로 서도록 여러분과 제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면서 “어느 경우에도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모든 국정을 재정립해주길 바란다. 대외관계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일본에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중지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민국을 더 존중해야 옳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러시아에 “침략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발언 뒤 약 22분간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 및 인사를 한 뒤 차를 타고 공항을 떠났다. 이 전 대표는 출구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이제부터는 안 떠나고 여러분 곁에 있겠다”면서 “나라가 안팎으로 어렵다. 이렇게 어려울수록 여러분 같이 애국심과 절제력을 가진 국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여러분을 비롯한 국민들의 말씀을 듣고 국민 속에서 길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대구도 이낙연 보고싶었습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이 쓰인 현수막과 ‘그동안 많이 많이 보고싶었습니다’ ‘바다로 함께 갑시다’ ‘우리는 이낙연과 바다에 이르겠습니다’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이 전 대표를 반겼다. 인천공항경찰단 관계자는 이 전 대표 귀국 환영 관련 인원을 약 1000명으로 추산했다. 또 기동대 2개 제대와 자체 공항 경찰단 경비경력을 포함해 총 100여명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설훈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공항에는 설훈·윤영찬·이병훈·박영순·김철민 등 민주당 의원들도 자리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과 남평오 ‘연대와공생’(친이낙연계 싱크탱크) 운영위원장도 함께했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표의 ‘못다한 책임’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총선을 약 열 달 앞두고 귀국한 이 전 대표가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못다한 책임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내년 총선 전에 어떤 역할을 할 건지’ ‘(민주당) 혁신위까지 출범했는데 당내 상황은 어떻게 보는지’ ‘수박깨기 등 강성 지지층의 행동은 어떻게 보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설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못다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당이 처할 조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이 전 대표가)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 의원은 “대선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니까 그렇게까지 해석할 필요는 없고 ‘당이 위기에 처하면 당신 몸을 던져서 당을 구해내겠다’ 그런 취지라고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의 ‘못다한 책임’ 발언에 대해 “지금 윤석열 정부가 문민정부로부터 정권을 인계받았지만 민주주의에 입각한 정권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구 시대 독재정권에 가까운 검찰공화국이다 보니까 본인이 정치적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정치 행보가 사실상 오늘 시작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윤석열 정부에 따끔하게 질책할 것은 질책하고 좋은 방향으로 안내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 전 대표) 본인이 가야할 길에 대해서 길지 않게 고민하실 것 같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못다한 책임’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는 “본인을 응원했던 많은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에게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암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6월7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미국 워싱턴 소재 조지워싱턴대학의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에서 지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월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잠시 귀국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1년 동안 국외에 머물렀다.

- 인천 | 신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