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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慈悲는 고운 情

살기를 포기한 자에게 생의 의지를 주는 말

살기를 포기한 자에게 생의 의지를 주는 말

 

픽사베이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암살당하기 두 달 전에 ‘군악대장의 본능’(The Drum Major Instinct)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그는 설교에서 “내 장례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세요”라고 했다.

“나는 긴 장례식을 원치 않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나의 추도사를 한다면, 너무 길게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가끔씩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또 300~400개의 다른 상들을 받았다고 말하지도 말아달라고 해주세요.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학교 다녔다는 말도 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그날에 마틴 루터 킹은 자기 목숨을 내주어 다른 사람을 섬기려 했다고 말해주십시오. 그날에 마틴 루터 킹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했다고 말해주십시오.”

두달 후에 킹 목사는 암살을 당하고, 티브이(TV)를 통해 장례식이 전국으로 방송될 때 “마틴 루터 킹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했다고 말해주십시오”라는 인용구가 전해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사진 <한겨레> 자료

우리는 수많은 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가운데 한마디 말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기도 하고 한마디 말이 우리의 인생을 몰고 가기도 합니다. 한마디의 말이 다른 사람을 낙망에 빠뜨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생각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작가 박완서는 57세가 되던 해에 남편이 병으로 별세합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25세의 아들이 죽습니다. 그의 인생이 곤두박질치고 맙니다. 삶이 허무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살 맛이 안나고, 밤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그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기를 쓰고 그것을 출판합니다. 책 제목은 <한 마디만 하소서>였습니다. 예수를 믿는 그가 하느님께 부르짖는 소리였습니다.

그 한마디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듣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자고 있는 자아를 깨우는 말, 살기를 포기한 자에게 다시 생의 의지를 주는 말, 낙심한 자에게 다시 힘을 주는 말, 도피한 자에게 다시 가야 할 길을 가게 해 주는 말, 깨어진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말입니다.

죽이는 말 대신 살리는 말을 해야 합니다. 판단하고 정죄하는 말 대신 격려하고 응원하는 말을 해야 합니다. 그 말이 듣는 상대에게도 힘이 되지만 말을 하는 자신에게도 능력이 됩니다.

글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