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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곰삭한 맛

어디쯤 왔을까?

어디쯤 왔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계절

나는

갈대가 바람에 휘날리는

가을쯤 왔을 거다.

이른 가을인가?

늦가을인가?

하여튼 가을이다.

어떤 꽃을 피었었나?

어떤 열매를 달고 있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들풀들도

가을엔 열매를 달고 있는데.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쭉정이만 있는 지금

이른 가을이면 어떻고

늦가을은 어떤가

수치스런 몸뚱이를

가려 주었던

알량한 내 이름이

낙엽처럼 떠나가겠지.

볼품 없는

알량한

몸뚱이

흰눈이 앉아 봄꿈을 꿀까?

참새가 조잘거리며

내 귀를 시끄럽게 할까?

- 김원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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