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바보들이여>

<하느님의 바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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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있어도

늙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까지라도 젊어야 합니다.

싱싱하게 젊으면서도 깊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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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큼 되기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마는

두세 키 정도 우물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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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사람뿐이겠습니까.

마소의 타는 목까지 축여주는

시원한 물이 흥건히 솟아나는

우물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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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이야 쳐다보면서

마음은 넓은 벌판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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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지평선으로

가슴 열리는 벌판은 못 돼도

널찍한 뜨락쯤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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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길손들

지친 몸 쉬어 갈

나무 그늘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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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썩 잡아주는

손과 손의 따뜻한 온기야

하느님의 뛰는 가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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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떠다

발을 씻어주는 마음이야

하느님의 눈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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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한 그릇에

오가는 인정이야

살맛 없는 세상

맛내는 양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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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나 저러나

좀 바보스러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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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것보다야

주는 일이 즐거우려면

좀 바보스러워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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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스런

하느님의 바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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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익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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