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탈 >
암자 툇마루에서
노승이 낮잠을 자다가
꿈에 만난 부처를 따라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니
다비(茶毘)를 마치고
사리 수습을 하던 날
생전의 모습으로 암자에 올라와
벽을 보고 헛기침을 하시더라
아무도
그 모습 보지 못하는데
무료한 세월 너머로
나이만 늙은 줄 알았던
절간의 누렁이(黃狗)가
오직 홀로 반갑다고
그 스님을 맞더라
해탈이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네
오고 가는 흔적없이 그대로인 것
살고 죽는 경계조차
당초에 구별 못하는 것이다
암자의 마루 밑에서
혹독하게 자신을 낮추며
누렁이는 해탈에 이른 것이다.
- 이설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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