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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善은 평화의 福

이웃 사랑의 마중물 되고 선종한 심한수 다미아노

  • 이웃 사랑의 마중물 되고 선종한 심한수 다미아노
  • 2017년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소개받은 성금과 전재산, 장기 기증 요청도움 준 이들에게 감사 전하며 선종

 

대전교구 사회복지국장 노승환 신부가 본인의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심한수씨를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심씨는 노 신부를 만난 다음 날 선종했다. 노승환 신부 제공

“지금까지 받은 사랑이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입니다. 적은 돈이지만 저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돕는 데 보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6월 20일 하느님 품에 안긴 고 심한수(다미아노, 대전교구 신탄진본당, 56세로 선종)씨가 옆에서 돌봐주던 상담사 이명숙(마르첼리나)씨에게 선종 전 보낸 문자다.

본지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을 전하는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2017년 사연자로 소개된 심씨는 당시 보도 후 1360여만 원의 성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독자들의 정성을 결코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생각에 그 돈을 고스란히 다시 모아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이씨 앞으로 남겨두고 떠난 것이다. 심씨는 거기에 더해 생전 자신이 모은 재산까지 합쳐 장례 비용으로 쓰고 남은 모든 돈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후 고인의 뜻대로 실행되진 못했지만, 장기와 안구기증 의사도 밝혔다.

이씨는 고인의 바람대로 대전교구 사회복지국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효심정에 1740만 원을, 서울 전진상 호스피스에 300만 원을 각각 기부했다. 성금보다도 더 큰 금액을 남긴 고인의 사랑이 이웃을 위해 전해진 것이다.

심씨는 학창시절 부모님이 이혼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대학을 졸업하고 성실하게 살며 어려움을 극복해 갔다. 하지만 이혼의 아픔을 겪고 대장암 진단까지 받으면서 삶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 상담사 이씨와 본지 독자들의 따뜻한 손길을 만나 신앙 안에서 다시금 새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신탄진본당 사회복지분과는 시간 나는 대로 심씨의 집을 방문해 반찬도 가져다주고 말벗도 해줬다. 조길례(마리아) 사회복지분과장은 “심씨가 처음에는 경계를 심하게 해서 관계 맺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2년여간 지속적인 관심 끝에 마음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심씨는 사회복지분과 회원 5명을 불러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도 손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수육과 황탯국 등 진수성찬이었다. 생전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깔끔한 성격에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매우 미안해했다고 전했다. 또 말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을 때에도 늘 밝은 미소로 반겨줬다고 기억했다.

그의 성품은 마지막 순간 가장 빛났다. 심씨에게 성금을 받은 무료급식소 효심정은 평소 필요했던 냉장고를 구입했다. 심씨의 세례명을 딴 ‘다미아노 냉장고’다. 교구 사회복지국장 노승환 신부는 “수많은 음식이 다미아노 냉장고에 신선하게 보관됐다가 심씨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의 음식으로 나뉘게 됐다”며 “나눔은 나눔을 낳듯이 이 음식을 먹은 이들 중 누군가는 또 나눔의 삶을 살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받은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모든 것을 내어주고 떠난 심씨가 선종하기 전 남긴 말은 아름다운 경종을 울린다. “신부님이 봉성체를 해주셨습니다. 왜 이리도 감사한지 그 짧은 시간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군요. 본당 신자분들부터 의사, 간호사까지 주님께서 저에게 너무 많은 사랑의 천사를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냈습니다. 그들의 모든 정성이 하늘에 닿으리라 믿습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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